[책과 길-종교개혁, 길 위에서 길을 묻다] 유럽 도시에서 종교개혁 역사를 보다

입력 2016-10-20 18:40

내년 종교개혁 500주년을 앞두고 독일 등 유럽 전체가 들썩이고 있다. 한국에서도 개신교계를 중심으로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행사가 준비되고 있다. 종교개혁은 16∼17세기 당시 기독교 사회였던 유럽 전체를 휩쓸었던 교회 개혁 운동으로 1517년 마르틴 루터가 ‘95개 논제’를 써 로마 가톨릭이 판매하는 면벌부를 정면으로 문제 삼은 것을 기점으로 삼는다.

서양사학자로 교회사 연구에 정통한 장수한 교수(침례신학대)의 책 ‘종교개혁, 길 위에서 길을 묻다’는 500년 전 종교개혁의 현장들을 돌아보는 여행기다. ‘마르틴 루터 이곳에서 황제와 제국 앞에 서다’라는 표지판이 있는 보름스의 루터 심문 장소에서 출발해 독일, 체코, 프랑스, 스위스, 네덜란드, 스웨덴으로 이어지는 열흘 일정의 답사를 기록하고 있다.

저자는 루터가 신약성서를 일상 독일어로 번역한 아이제나흐 바르트부르크 성에서 “루터의 온기가 느껴지는 방에서, 고독에 싸여 올랐을 망루에서, 연약한 인간이지만 불안과 고독 속에서도 지적 작업을 게을리하지 않았고 그것을 통해 시대에 맞섰던 그를 되살려본다.”

또 체코 프라하에서는 종교개혁의 선각자였던 얀 후스가 처형된 곳을 찾아 “후스는 그리스도는 궁극적인 권위이며 그리스도를 믿는 사람들이 따라야 할 진리의 원천은 오로지 성서뿐이라고 주장했다”면서 “지금 돌이켜보면, 그리고 그리스도인이라면 후스처럼 믿는 것이 상식이다”라고 썼다.

이런 식으로 독일 뉘른베르크는 프로테스탄트로 전향한 최초의 제국도시로, 프랑스의 스타라스부르는 도망자들의 개혁 도시로, 스웨덴은 피로 물든 유럽 최초의 루터주의 왕국으로 조명한다.

이 책은 종교개혁을 종교적 차원만이 아니라 당시 전 유럽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을 망라하는 전면적 흐름으로 다루며, 종교개혁의 긍정적인 측면만이 아니라 그 변질과 그림자를 놓치지 않고 조명한다. 인문여행서의 한 전범이 될 만하다.김남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