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에 성심당이라는 빵집이 있다. 하루 1만개 이상 팔린다는 튀김소보로빵으로 유명하다. 성심당은 빵집 3곳과 식당 6곳을 운영하며, 직원 400여명을 고용하고 있다. 대전상공회의소 조사에 따르면 대전지역 대학생들이 꼽은 대전을 대표하는 브랜드에 성심당은 2015년과 2016년 2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2014년 8월 14일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다음 날 아침 식탁에는 성심당의 치아바타와 바게트, 캄파뉴(천연발효 호밀빵)가 올랐다. 성심당은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과 부산 롯데백화점에서 가끔씩 팝업 스토어를 여는데, 그때마다 길게 늘어선 인파가 진풍경을 빚어낸다. 이 빵집에 중국의 제과제빵업 종사자들이 1년에 300∼400명 견학을 온다.
성심당의 명성은 이미 전국적이지만 성심당은 여전히 대전에 가야만 만날 수 있는 빵집이다. 프랜차이즈도 없고, 서울 입점 러브콜을 다 물리쳤고, 중국 진출 요청도 고심 끝에 거부했다. 그들은 대전을 벗어나지 않기로 결정했다.
“대전을 벗어나 서울에 자리 잡은 성심당을 과연 성심당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대전 사람들이 외지에서 온 손님들에게 성심당을 소개하고, 빵을 선물하며 대전에 성심당이라는 역사를 지닌 로컬 기업이 있다는 데 자부심을 느끼는 모습을 보면서 대전에 와야만 만날 수 있는 빵집으로 그 가치를 지키고 싶었습니다.”
‘우리가 사랑한 빵집 성심당’은 성심당 60년사를 흥미롭게 요약하면서 한국에도 멋진 기업 스토리가 존재하고 있음을 알려준다. 성심당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은 아마도 함경도가 고향인 피란민 창업자 임길순(작고)의 나눔, 그리고 2005년의 화제 사고일 것이다.
독실한 신앙인이었던 임길순은 1956년 성당에서 밀가루 두 포대를 받아 대전역 앞에서 찐빵 장사를 시작할 때부터 어려운 이웃들과 빵을 나누었다. 장사하고 남은 빵만 나누는 게 아니라 하루에 찐빵 300개를 만들면 100개 정도를 정해 나눔에 사용하는 식이었다. 빵을 나누는 성심당의 전통은 60년간 이어지고 있다.
2005년의 화제는 대전 중구 은행동 성심당 본점을 거의 전소시킬 정도로 치명적이었다. 대를 이어 빵집을 이어가던 아들 임영진씨 부부가 1990년대 초반까지의 질주를 끝내고 가장 어려운 시기를 통과하는 중이었다. 프랜차이즈 베이커리의 등장, 신도심 형성에 따른 구도심의 몰락, 동생의 신사업 부도 등 악재가 겹쳐 있었다. 비싼 기계들까지 모두 불에 탄 터라 빵집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직원들이 먼저 복구에 나섰고, 대전시민들이 성심당을 잃을 수 없다며 응원했다. 매출은 사고 전보다 30% 이상 증가했다.
지역스토리텔링연구소 소장인 저자 김태훈씨는 성심당이 하나의 성공한 빵집이 아니라 아주 특별한 빵집이라는 점을 보여주고자 한다. 성심당은 진정한 의미의 지역기업이 어떤 건지, 로컬 브랜드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게 한다. 또 좋은 기업이란 좋은 기업문화를 통해 만들어진다는 것을 새삼 확인시켜 준다. 성심당은 연중무휴로 운영하면서도 제과제빵업계 최초로 주5일제를 실시했고, 아무리 어려워도 직원들을 내보내지 않았다. 주간으로 발행되는 사보를 통해 경영상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수익의 15%는 무조건 인센티브로 직원에게 돌려준다.
성심당에서 지역성이나 직원보다 더 앞서는 가치가 있다면 아마도 ‘EoC(Economy of Communion·모두를 위한 경제)’일 것이다. 2001년 주식회사로 전환하면서 성심당은 회사 정관에 그들이 EoC 기업임을 명시했고, 해마다 수익의 일부를 EoC 기금으로 내고 있다. ‘모든 이가 다 좋게 여기는 일을 하도록 하십시오’라는 사훈, 2016년 1월 60주년을 맞아 선포된 ‘우리는 가치 있는 기업이 된다’는 비전, ‘100% 정직한 납세’라는 원칙 등은 성심당이 기업과 직원의 이익만이 아니라 사회의 이익을 함께 추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성심당 스토리는 한 중소기업의 흥미로운 성공 스토리로 읽을 수 있다. 로컬 브랜드의 희귀한 성공사례, 직원 중심 경영방식의 한 모델로서도 의미가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기업이 사회적 공동선을 추구하는 한 주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책과 길-우리가 사랑한 빵집 성심당] “서울도, 대기업도 싫어” 동네 지킨 빵장수 이야기
입력 2016-10-20 18: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