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전의 땅에 총대신 축구공을…

입력 2016-10-19 21:11
임흥세 선교사가 19일 오후 ‘제10회 파라다이스상 시상식’이 열린 JW메리어트 동대문스퀘어에서 축구공을 들고 활짝 웃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19일 ‘제10회 파라다이스상 시상식’에 함께한 전필립 파라다이스그룹 회장, 강수진 국립발레단장, 임흥세 선교사, 조수용 JOH 대표, 박정자 파라다이스상위원회 위원장(왼쪽부터). 뉴시스
임흥세(61) 선교사가 19일 북아프리카 신생국 남수단에서 귀국해 인천공항에 내렸다. 2∼3일 걸린 긴 여정이었다. 남수단은 고 이태석 신부가 가난한 아이들을 돌본 땅이다. 그는 이 신부가 떠난 그 허허로운 땅에 축구를 통한 희망의 복음을 전하러 2012년 들어갔다. 국내에서 축구 선수 및 감독 생활을 오래한 그였다.

그의 귀국은 6개월 만에 급작스럽게 이뤄졌다. 국내 권위의 파라다이스상을 받기 위해였다.

임 선교사는 북동부 남수단의 뜨거운 태양 아래서 스포츠 꿈나무들과 함께 땀 흘린 탓인지 전보다 더 검게 그을려 있었다. ‘희망의 씨앗을 뿌리는 스포츠 선교사’ ‘남수단 최초의 동양인 올림픽위원회 부위원장’ ‘남수단 축구대표 감독’등으로 불린다.

이날 서울 종로구 청계천로 JW메리어트 동대문스퀘어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사회복지부문상을 수상한 임 선교사는 “나보다 훨씬 열악한 오지에서 사역하는 선교사님들이 많은데 부끄럽고 송구하다”며 “작은 소망이라면 세계 각지의 선교사들이 지역사회를 위해 공헌하는 사실이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상금은 5000만원. 한푼도 사사로이 쓰지 않기 위해 공공감사를 받는 임흥세스포츠장학재단에 넣는다고 했다.

파라다이스상은 인류복지 증진과 문화예술 발전에 공헌한 이들을 포상하고 그 공적을 널리 알리기 위해 2003년 제정됐다. 그동안 가수 션·정혜영 부부, 말리 홀트 홀트아동복지회 이사장, 조병국 홀트아동복지회 명예원장 등이 사회복지부문 수상자로 이름을 올렸다. 임 선교사 외에도 강수진 국립발레단장이 특별공로부문, 조수용 JOH대표가 문화예술부문상을 받았다.

파라다이스상 위원회는 “임 선교사가 한국에서의 안정적인 생활을 뒤로 하고 아프리카로 떠나 굶주림과 질병 속에서 고통 받고 있는 아이들에게 축구로 꿈과 희망을 줬다”며 선정 배경을 밝혔다.

임 선교사는 남수단 선교에 앞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보육원 아동, 교도소 수감자, 에이즈 감염자들로 구성된 축구단을 만들어 희망을 전하기도 했다. 그곳에서 남수단의 소년병들이 총을 내려놓고 뛰놀 수 있도록 축구공을 만들어 보급하기도 했다.

남수단은 내전 중에도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회원국이 됐고, 국가건립 최초로 올해 올림픽에 출전하는 쾌거를 거뒀다. 임 선교사가 있어서 가능했다.

“제가 꿈꾸는 파라다이스요? 이미 아프리카 남수단에 이뤄지고 있습니다. 여전히 전쟁 중인 땅이지만 그곳에 평화의 꽃을 피울 꿈나무들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거든요.” 글=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사진=강민석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