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서윤경] 화물연대 파업은 철회했지만…

입력 2016-10-19 17:54 수정 2016-10-19 21:48

“8·30대책은 앞으로 대화를 통해서 2편, 3편 나올 겁니다. 기대하시라, 개봉박두!”

화물연대가 19일 오후 집단 운송 거부를 철회했다. 지난 10일 정부의 ‘8·30 화물운송시장 발전 방안’에 반발하며 집단 운송 거부에 들어간 지 열흘 만이다.

이날 오후 국토교통부 기자실에서 급하게 브리핑을 연 이승호 교통물류실장은 “원칙을 지켰다”며 이번 화물연대의 집단 운송 거부 철회에 대해 이같이 자평하고 나섰다.

정부는 8·30대책 폐기, 1.5t 미만 소형 화물차에 대한 수급조절제 폐지, 표준운임제 도입과 지입계약 영속적 보장 등 화물연대가 요구한 주요 사항은 들어주지 않았다. 대신 지입차주 권리와 과적단속 강화 등을 약속했다.

문제는 화물연대와 정부의 갈등이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화물연대의 운송 거부가 종료됐다고 했지만 정작 화물연대는 강경파와 온건파 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언제든 운송 거부로 돌아설 수 있다.

결국 화물연대의 불만을 잠재우려면 정부는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는 것과 동시에 이들을 설득해야 한다. 하지만 과거 정부의 행동을 보면 과정은 쉽지 않아 보인다. 화물연대가 이번에 요구한 내용 중 표준운임제 실시는 2008년 화물연대 파업 당시 정부가 제안한 협상 카드였다. 또 야간 운행을 줄이기 위한 통행료 전일 할인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

이 실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표준운임제는 총리실 주도로 시범 실시해 봤는데 시장 상황과 맞지 않아 폐기했다”고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또 “통행료 할인은 대선 공약인 만큼 계속되는 것”이라면서도 이행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는 “도로국 관할”이라며 얼버무렸다.

운송 거부 철회를 위해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남발하던 과거 정부 행태가 되풀이될 수 있음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브리핑 현장에서 이 실장은 “화물운송시장 선진화를 위해 8·30대책 같은 것을 계속 만들어낼 것”이라고 했다.

과연 정부는 전작을 뛰어넘어 화물연대가 납득할 만한 후속편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