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저평가의 ‘누명’을 쓴 은행들이 갑자기 훨훨 날기 시작했다. 실적이 눈에 띄게 늘어나는 데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라는 호재 덕이다.
우리은행은 19일 3분기 누적순이익이 1조원을 돌파했다고 공시했다. 우리은행을 필두로 21일까지 신한지주 KB금융 하나금융 등 4대 은행의 실적 발표가 이어지는데, 시장에선 전년 동기 대비 10∼30% 실적이 개선됐을 것으로 예상한다. 2분기까지 지속되던 기업 구조조정에 따른 충당금 적립 악재가 3분기에 두드러지지 않았고, 가계와 중소기업 대출 증가세가 꾸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우리은행은 연결기준 3분기 당기순이익이 3556억원으로 나와 올해 누적 기준 순이익 1조1059억원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3분기 누적 8402억원보다 2657억원, 31.6% 증가한 성적표다. 3분기 만에 전년도 연간 당기순이익을 초과달성한 것이다.
리스크 관리도 개선됐다. 연체율이 0.58%로 전년 말 대비 0.24% 포인트 낮아졌다. STX조선 SPP조선 대선조선을 제외한 고정이하여신비율도 0.97%로 지난해 말보다 떨어졌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양호한 자산건전성 지표”라며 “민영화 작업의 성공적 마무리를 위한 발판을 마련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은행들도 실적 호조세가 관측되고 있다. 저금리로 대출 연체율이 떨어지는 와중에 2분기와 달리 3분기에는 대기업의 법정관리 등 충당금 이슈가 불거지지 않아 건전성과 함께 손익 지표도 개선됐을 것으로 예상된다. 조선업에 대한 여신 처리는 2분기 ‘요주의’에서 일단락됐고, 남은 리스크는 시중은행보다 특수은행 쪽에 편중돼 있는 현실이다.
저금리로 순이자마진이 줄었지만 우리은행은 3분기 순이자마진 하락폭을 0.01%로 최소화했다. 다른 은행도 예금과 대출금리 차이 축소를 저원가성 대출 확대로 대응해 왔다. 10여개 증권사는 공통 컨센서스를 통해 하나금융의 경우 3분기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0% 늘었을 것이란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실적 개선 예측으로 은행 업종 주가도 순풍을 타고 있다. 지난주 코스피 하락세에서도 은행 업종은 3.5% 상승하며 지수 전체를 견인했다. 시기적으로 전통적 배당주란 특징이 연말 고배당을 노린 투자자를 불러 모으고 있기도 하다.
무엇보다 연내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확실시되면서 은행이 이익 개선 사이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손준비금이 내년부터 은행의 보통주 자기자본으로 인정되는 등 몇몇 호재가 몰려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
은행들 ‘3분기 성적표’ 눈에 띄네!
입력 2016-10-20 0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