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심려 끼쳐 죄송… 재판과정서 성실히 소명”

입력 2016-10-20 00:03
롯데그룹은 검찰 수사에서 그룹 총수인 신동빈 회장이 일단 구속을 피하게 됐다는 점에서 안도하면서도 적용된 혐의는 향후 재판에서 적극 소명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또 재판과 별개로 검찰 수사과정에서 드러난 그룹 내 불투명한 지배·의사구조, 불합리한 관행 등을 개선할 혁신안을 조만간 내놓을 예정이다.

롯데는 19일 검찰 수사결과 발표에 대해 “오랫동안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 향후 재판과정에서 (혐의에 대해) 성실하게 소명하겠다”고 공식입장을 밝혔다. 신 회장은 부당급여지급이나 일감몰아주기 등 횡령·배임 등 주요 혐의가 신격호 총괄회장이 경영권을 행사할 때 결정된 일이어서 책임이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예컨대 롯데시네마 일감몰아주기의 경우 2013년 신 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매점운영체제를 직영으로 전환했고, 신 회장이 오히려 과거 잘못된 관행을 개선했다고 강조하고 있다. 부당급여지급은 신 회장이 직접적으로 이득을 취했다고 보기 어려워 횡령이 적용될 수 없고, 당시 최종 의사결정권자는 신 총괄회장이었다는 취지의 논리를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재판과 별개로 수사과정에서 드러난 그룹 내 불합리한 관행이나 문화는 적극 개선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롯데 관계자는 “그동안 롯데가 사회와 국가경제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진지하게 성찰해 왔다”며 “이르면 이번 주 안으로 그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혁신안에는 그룹 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정책본부의 권한을 제한·분산하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정책본부에 집중돼 있는 의사결정 권한을 계열사로 분산해 경영 전반의 의사결정 과정을 보다 투명하게 개선해 나가겠다는 의미다. 불투명한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작업도 추진된다. 한국롯데의 지주사 역할을 하는 호텔롯데 상장을 재추진해 현재 복잡한 계열사 간 지분구조를 정리한다는 방침이다. 롯데의 한 임원은 “기본적인 내용은 ‘형제의 난’ 때 신 회장이 대국민 사과를 통해 밝혔던 큰 틀에서 벗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공헌 활동도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호텔롯데는 이날 보바스기념병원 운영자인 늘푸른의료재단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보바스기념병원은 노인성 질환, 만성질환자 등을 대상으로 하는 재활요양병원이다. 롯데는 보바스기념병원을 돈벌이가 아닌 노인 요양과 어린이 재활사업에 역점을 둔 사회공헌사업으로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뿐만 아니라 관계사와 거래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합리한 관행과 임직원을 위한 복지 개선안 등도 혁신안에 함께 담을 예정이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