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에 몰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가 연일 ‘부정선거’ 논란을 키우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선거를 3주 앞둔 상황에서 시도하는 ‘막판 뒤집기’다. 부정선거 주장은 지지자를 자극해 표를 결집시킨다. 동시에 선거에 염증을 키워 열성 지지자가 아니면 투표를 포기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선거 후에도 패배를 인정하지 않을 구실이 되기에 대선 이후 ‘출구전략’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온다.
트럼프는 18일(현지시간) 콜로라도주 콜로라도스프링스에서 열린 유세에서 “부정선거가 벌어지는데도 문제를 제기하면 민주당은 비난하려고만 든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지만 필라델피아, 시카고, 세인트루이스를 살펴보라”며 “지금 얼마나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어떤 부정선거가 벌어지는지 언급하지 않았다. 세 도시는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앞선 곳이다. 트럼프는 특히 지지자에게 “선거 당일 투표소에 나와 부정선거를 감시해 달라”고 요청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지지자들이 감시를 목적으로 투표소 주변에 몰려 있으면 흑인을 비롯한 소수계가 겁을 먹어 투표장에 나가길 꺼리거나 투표 자격이 있는지 시비가 벌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NYT 전망대로 투표 당일 곳곳에서 트럼프 지지자에 의한 물리적 대치나 투표 방해 행위가 생길 수 있다. 때문에 민주당은 전국적으로 변호사 수백명을 확보해 투표방해에 대응할 방침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부정선거 논란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발끈했다. 오바마는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내 평생, 또 근래 정치 역사에서 투표가 시작되기도 전에 부정투표 주장을 하는 건 처음 봤다”면서 “그만 투덜거리고 선거운동이나 열심히 하라”고 비난했다.
19일 오후(한국시간 20일 오전 10시) 열리는 마지막 3차 TV토론에서도 부정선거 논란이 부각될 전망이다. 트럼프에게는 여론을 바꿀 마지막 토론이어서 격론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트럼프는 클린턴의 심기를 흔들기 위해 오바마의 이복형 말리크 오바마(58)를 방청석에 초청했다. 케냐 출신이면서 미국 시민권자인 말리크는 리비아 사태를 비롯해 클린턴이 국무장관에 재직하며 한 일을 계속 비판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2016 미국의 선택] “끔찍한 부정선거 벌어지는 중”… 트럼프의 최후 반전카드
입력 2016-10-19 18:12 수정 2016-10-19 18: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