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감독하는 기관에 “아들을 채용해 달라”고 청탁한 혐의로 기소된 국책 연구기관 선임연구원에게 항소심 법원이 무죄 판결을 뒤집고 징역형을 선고했다. 법원은 “취업난을 겪는 취업 준비생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줬다”고 꾸짖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8부(부장판사 김성대)는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A씨(58)에게 1심을 깨고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19일 밝혔다. A씨의 채용 청탁에 응한 한국스마트그리드사업단 국제협력팀장 B씨(42)에게는 벌금 300만원이 선고됐다.
A씨는 2011년 1월 국제기구 ‘ISGAN’(스마트그리드 국제협의체) 사무국이 국내에 들어오자 B씨에게 아들의 취업을 청탁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아들이 미국 시민권자이고 미국에서 학교를 나왔다”며 “(아들의) 영어시험 성적이 없지만 서류전형을 통과시켜주고 필기시험 문제도 알려 달라”고 청탁했다. 이에 B씨는 영어시험 성적을 ‘해외 유학 경험’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서류전형을 바꾸고, 필기시험 문제를 A씨에게 알려줬다. A씨 아들은 필기시험을 1등으로 통과하고 최종 합격했다.
1심 재판부는 “B씨의 진술이 일관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3년 전 범행에 대한 진술이 일부 엇갈린다고 해서 이를 모두 배척할 수는 없다”며 유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A씨는 직무상 직위, 상하 관계를 이용해 아들이 부정하게 채용될 수 있도록 지시했다”며 “청년 취업난이 심각한 현 상황에서 채용에 응시한 사람뿐만 아니라 다른 취업 준비생에게도 상대적 박탈감을 주고, 채용 절차의 공정성을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아들 취업시험 문제 좀 알려 줘” 국책기관 연구원 항소심 실형
입력 2016-10-20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