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이 소속된 LA 다저스는 호화 멤버를 자랑한다. 몸값도 최고다. 3년 연속 메이저리그 최고 연봉 구단이다. 올 시즌 다저스 선수의 연봉 총액은 무려 2억3393만 달러(2681억원)다. 2위 뉴욕 양키스(2억2521만 달러)보다 800만 달러 가량 많다.
그런데 성적은 연봉에 미치지 못했다. 특히 한 해 패권을 가리는 가을야구에 약했다.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지구 우승을 차지했지만 2013년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 진출했던 것 빼고는 2년 연속 디비전시리즈에서 나가 떨어졌다.
그건 ‘모래알 조직력’때문이었다. 몸값 높은 선수들끼리 전혀 단결이 안된다는 의미다. 심지어 야시엘 푸이그 같은 특정 선수는 ‘클럽하우스 왕따’라는 보도가 공공연히 나오기도 했다.
다저스가 이런 모래알 조직력을 깨고 있다. 자연스럽게 성적도 나오고 있다. 다저스는 19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시카고 컵스와의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7전4선승제) 3차전에서 6대 0 완승을 거뒀다. 적지에서 1승1패를 거두고 홈으로 돌아온 다저스는 3차전을 잡으면서 2승1패로 앞서갔다.
디비전시리즈에서 워싱턴 내셔널스를 3승2패로 힘겹게 물리치고 3년 만에 챔피언십시리즈에 나선 다저스는 1988년 이후 28년 만에 월드시리즈 진출을 노릴 수 있게 됐다.
다저스가 모래알 조직력을 깨게 된 것은 올 시즌 부임한 데이브 로버츠 감독 공이 가장 크다. 그는 올해 초 스프링캠프에서 “첫 번째 목표는 절대 깨지지 않는 단결력을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또 “최고 연봉 구단을 가질 수 있다. 최고의 정보 역시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최고의 팀을 만들지 못하면 승리할 수 없다”고 했다. “선수들도 최고의 팀이 되지 않으면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런 팀이 되는 게 우리가 할 일”이라고 단합을 강조했다.
로버츠 감독은 선수들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 스프링캠프 동안 모든 선수와 커피 한잔을 놓고 1대 1 대화를 자주했다. 그리고 개인보단 팀에 헌신하라고 주문했다. 마음을 연 선수들은 그 때부터 달라졌다. 선수들과 팬들은 로버츠 감독의 영문 이름 앞글자를 따 그를 ‘닥터(Dr)’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이런 효과는 포스트시즌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디비전시리즈 5차전에서 마무리 켄리 잰슨이 흔들리자 선발 요원인 클레이튼 커쇼가 등판을 자처했다. 결국 커쇼는 팀이 4-3으로 앞선 9회 1사후 올라와 팀 승리를 지켜내 자신의 포스트시즌 첫 세이브를 따냈다. 커쇼는 경기 후 “잰슨이 7회 위기순간 등판해 잘 막아냈다. 그 뒤를 지키고 싶었다. 마운드에 나가 조금이라도 힘이 되고 싶었다. 오늘 잰슨은 그의 커리어 전체를 통틀어 최고의 일을 해냈다. 그 뒤를 지켜주고 싶었다”고 했다. 모든 공을 동료에게 돌린 것이다.
반면 올 시즌 유일한 정규시즌 100승팀 컵스는 ‘염소의 저주’ 외에 ‘1승1패의 저주’에 숨을 죽이고 있다. 컵스는 ‘1승1패’에 좋지 않은 기억을 가지고 있다. 컵스는 월드시리즈나 챔피언십시리즈와 같은 7전4선승제 승부에서 1승1패를 한 적이 모두 6번 있었다. 그런데 이 중 단 한 번도 시리즈를 가져간 적이 없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모래알 조직력’ 깨자 성적이 쑥∼ 다저스, 컵스 꺾고 한 발 먼저
입력 2016-10-19 18: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