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환영 받지 못한 친정 나들이

입력 2016-10-19 18:46
토트넘 홋스퍼 공격수 손흥민이 19일 독일 레버쿠젠 바이아레나에서 레버쿠젠과 가진 2016-2017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E조 3차전에서 레버쿠젠 수비수 라스 벤더(왼쪽)의 태클에 넘어지고 있다. AP뉴시스

손흥민(24·토트넘 홋스퍼)이 모처럼 찾아간 친정에서 심한 박대를 당했다.

손흥민은 19일 독일 레버쿠젠 바이아레나에서 열린 2016-2017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E조 3차전 원정경기에서 잉글랜드 토트넘 홋스퍼의 오른쪽 공격수로 선발 출전해 후반 44분 교체될 때까지 89분을 소화했다. 골이나 어시스트를 수확하지 못했다. 토트넘은 레버쿠젠과 0대 0으로 비겼다.

레버쿠젠은 손흥민의 전 소속팀이다. 손흥민은 2010년 독일 함부르크에서 프로로 데뷔해 2013년 6월 레버쿠젠으로 이적했다. 당시 이적을 결심했던 이유 중 하나는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하고 싶어서였다. 손흥민은 레버쿠젠에서 뛰었던 두 시즌 동안 챔피언스리그 19경기에 출전해 5골 2어시스트를 기록했다. 레버쿠젠은 손흥민과 함께 두 시즌 연속으로 16강에 진출했다.

손흥민은 지난해 8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를 향한 꿈을 좇아 토트넘으로 이적했다. 토트넘은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 3위에 올라 5년 만에 챔피언스리그로 진출했다. ‘꿈의 무대’를 향한 손흥민의 도전은 한 시즌 만에 다시 시작됐다.

토트넘이 레버쿠젠과 같은 조로 편성되면서 손흥민은 친정의 골문을 조준할 수밖에 없었다. 레버쿠젠 관중들이 1년2개월 만에 적으로 돌아온 손흥민에게 유독 큰 목소리로 야유한 이유는 그래서였다.

경기 초반까지만 해도 잠잠했던 관중들은 레버쿠젠이 골을 넣지 못하고 답답한 무득점 행진을 이어가자 손흥민을 표적으로 삼아 야유소리를 높였다. 급기야 토트넘이 코너킥을 얻은 전반 42분 이물질이 그라운드로 날아들었다. 손흥민이 공을 차기 위해 자세를 잡은 오른쪽 코너로 종이나 비닐을 구긴 것처럼 보이는 빨간색 이물질들이 손흥민의 주변으로 떨어졌다.

손흥민은 후반 44분 교체돼 벤치로 돌아가면서 레버쿠젠 관중들에게 박수로 인사했지만 결국 돌아온 것은 야유였다. 올 시즌 초반 5골 2어시스트로 승승장구한 손흥민에게 바이아레나에서 보낸 89분은 최악의 기억으로 남을 만 했다.

토트넘은 조별리그의 반환점인 레버쿠젠 원정경기 무승부로 2위를 유지했다. 중간전적은 1승1무1패(승점 4)다. E조 1위인 프랑스 AS모나코(1승2무·승점 5)와 승점 1점 차이다. 레버쿠젠은 3무(승점 3)로 3위다. 토트넘은 다음달 3일 영국 런던 웸블리스타디움에서 레버쿠젠과 4차전을 갖는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