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단성사는 1907년 단관으로 개관한 국내 첫 상업영화관이다. 숱한 히트작들을 상영하면서 관객들과 감동과 추억을 공유했다. 2000년대 들어 대기업의 복합극장에 밀린 단성사는 2005년 멀티플렉스로 재개관했으나 2008년 경영악화로 부도 처리됐다. 이후 주인이 여러 번 바뀐 끝에 현재 주얼리센터 ‘골드단성사’로 재단장된 상태다.
단성사 개관 110주년을 앞두고 이곳에서 상영된 영화 가운데 히트작을 모은 흥행열전이 마련된다. 25일부터 11월 9일까지 서울 마포구 상암로 한국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에서 ‘관객을 모으는 주술, 만원사례: 단성사 이야기’를 주제로 18편을 상영한다. 단관개봉 시절 영화와 관객을 이어주는 창구였던 단성사의 역사와 추억을 되돌아보는 기회다.
단성사에 가면 늘 흥행작이 있었다. 1977년 9월부터 78년 2월까지 133일간 상영된 장미희 주연 ‘겨울여자’(감독 김호선)는 58만6000명을 불러들여 70년대 단성사 흥행 1위를 기록하며 한국영화 흥행신기록을 세웠다. 이 기록은 오정해 주연·임권택 감독의 ‘서편제’가 깼다. 93년 4월부터 10월까지 196일간 상영된 ‘서편제’는 한국영화 최초로 100만 관객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어느 여대생의 고백’(신상옥·1958) ‘무릎과 무릎 사이’(이장호·1984) ‘기쁜 우리 젊은 날’(배창호·1987) ‘장군의 아들’(임권택·1990) ‘경마장 가는 길’(장선우·1991) 등 흥행에 성공한 한국영화 9편을 다시 볼 수 있다. ‘경마장 가는 길’은 영상자료원 보존기술센터가 올해 4K 디지털로 복원한 작품으로 이번에 복원본이 처음 공개된다.
외화 가운데 ‘십계’(세실 B 데밀·1956) ‘대부’(프란시스 포드 코폴라·1972) ‘007 나를 사랑한 스파이’(루이스 길버트·1977) 등은 단성사에서만 관람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 브루스 윌리스 주연의 ‘다이하드’는 88년 9월부터 89년 3월까지 상영되면서 100만 가까운 관객을 모아 80년대 단성사 흥행 1위를 차지했다. ‘록키’(존 G 어빌드센·1976)의 디지털 버전도 선보인다.
단성사는 한국영화사에 많은 기록을 남겼다. 국내 최초의 영화로 알려진 ‘의리적 구토’(김도산·1919), 대표적인 민족영화 ‘아리랑’(나운규·1926), 국내 최초의 발성영화 ‘춘향전’(이명우·1935) 등 역사적인 작품이 소개됐다. 하지만 영욕의 세월을 뒤로하고 문을 닫는 비운에 처한 단성사의 현실이 씁쓸하기만 하다.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
단성사 개관 110주년 맞이 ‘히트작 열전’
입력 2016-10-20 18:56 수정 2016-10-20 2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