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풍향계-신율] 국정감사, 이제 근본 처방이 필요하다

입력 2016-10-19 18:52

국정감사와 대통령제는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대통령제는 대통령의 임기제와 입법·사법·행정 권력의 분립, 상호 견제를 근본으로 한다. 권력 간 견제 수단 중 하나가 국정감사인 것이다. 우리나라도 권력 간 견제의 수단으로 국정감사가 매년 이뤄지고 있는데, 신기한 것은 국감이 끝날 때마다 “최악의 국감”이란 말이 반복해 등장하고, 그 처방도 매년 똑같이 언론에 거론된다는 점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과거와 똑같은 모습이 등장했고, 언론에는 F학점 국감이란 말이 오르내리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국감의 근본적인 문제점은 과연 무엇일까. 첫 번째로 꼽을 수 있는 것은 국회의원의 전문성 부족이다. 우리나라 국회의원의 자질이 부족하다는 뜻은 아니다. 특정 분야의 전문가 쏠림 현상이 심각해 다양한 전문성을 소화할 수 없다는 의미다. 즉, 법조인은 넘쳐나는데 다른 분야 전문가는 드물다는 것이다. 이런 전문가 쏠림 현상은 직능성을 대표하라고 만든 비례대표가 얼마나 파행적으로 운영되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비례대표제가 본래 취지대로만 운영됐어도 이런 전문성 문제는 대두하지 않았을 것이다. 전문성 쏠림 현상은 국감에서 일단 불러놓고 보자는 식의 증인 채택 문제, 공무원 사회를 마비시키는 방대한 자료 요구 같은 부작용을 야기한다.

또 국회의원이 국감에 임하는 자세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의원들은 국감을 일종의 자기 알리기 기회로 삼으려 한다. 그래서 그렇게 과잉 언동을 하는 것인데, 이런 의원들 때문에 막말과 고성이 오가는 것이다. 정당은 정당대로 국정감사를 정국 주도권 확보 수단으로 생각한다. 정국 주도권을 위해서는 언론에 크게 보도돼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복잡하지만 중요한 이슈를 단순화시켜야 한다. 그 대표적 사례로 미르재단 문제나 K스포츠재단 문제를 들 수 있다. 최순실이라는 인물이 중요하고 그래서 증인으로 부르려는 것은 옳다. 하지만 권력과 연결됐다는 의혹을 받는 재단 문제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면 좀 더 구조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정치권은 마치 최순실이라는 인물만 데려오면 모든 것이 끝난다는 식으로 접근한다. 그리고 최순실 때문에 다른 문제는 모두 묻혀버렸다. 이건 비정상이다.

이런 것들이 지금 국감의 문제라고 할 때 제도적 해결책을 찾기도 쉽지는 않다. 국회의원의 사고방식을 제도로 뜯어고칠 수도 없고, 정당의 자세를 제도적으로 규제하는 것도 말이 안 된다. 단지 국회의원의 전문성 결여는 보좌관들의 전문성을 살리는 방향으로 제도를 고쳐 바로잡을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제안하는 것이 보좌관 풀 제도다. 보좌관을 의원 밑에 둬서 개인비서 역할을 하게 하지 말고 정당별로 각 분야에 전문성 있는 보좌관들을 둬 의원들이 필요할 때 이들의 힘을 빌리게 하면 된다는 말이다.

이런 보완책 말고 더 근본적인 처방도 필요하다. 바로 권력구조 자체를 논의할 때가 됐다. 예를 들어 내각제를 할 경우 임기제가 없기 때문에 임기가 보장된 대통령제 하에서의 정당보다는 여론에 훨씬 민감할 수밖에 없다. 자칫 권력을 잃을 수도 있어서 그렇다. 이런 상황에서는 국정조사가 국정감사의 기능을 대신할 수 있다. 그리고 내각제에서는 야당의 목소리가 커질 수 있어 권력에 대한 견제와 행정부의 독주를 막는 것이 용이할 수 있다. 또 공무원의 줄서기를 막아 정책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는 게 지금보다 쉬워진다. 공무원도 정권이 언제 바뀔지 몰라 중립성을 지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정감사의 필요성이 줄어든다고 할 수 있다. 이제는 이런 방향의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신율(명지대 교수·정치외교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