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개혁의 강력한 영향 중 하나는 성직자들만 향유했던 성경과 신학을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돌려줬다는 점이다. 마르틴 루터는 1521년 바르트부르크 성으로 피신해 은신하면서 10개월 동안 독일어로 성경을 번역했다. 민초들의 언어로 번역한 독일어 성경은 당시 100회 이상의 인쇄를 거치며 수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졌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앞둔 오늘의 한국교회 역시, 말씀 사역과 신학 지식은 특정 직분자나 학자들의 전유물이 될 수 없다.
‘센터처치’로 목회 사역을 공개하며 한국교회 목회자들에게 ‘켈러 읽기’의 불을 지피고 있는 미국 뉴욕 리디머장로교회 팀 켈러 목사가 이번엔 ‘팀 켈러의 설교’를 펴냈다. 제목만 보고 ‘목회자용’ 도서로 치부해버리면 곤란하다. 저자는 이 책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자신의 기독교 신앙을 전달하려는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길잡이가 되어 주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저자는 설교라는 말 대신 ‘말씀 사역’이란 표현을 사용한다. 그는 말씀 사역에는 세 가지 범주가 있다고 설명한다. 첫째 가르침과 권면 등으로 성경의 교훈을 타인에게 전하는 행위이다. 주로 일대일 대화에서 이루어진다. 둘째는 글쓰기나 블로그 활동, 성경공부반이나 소그룹 인도, 멘토링, 신앙적 이슈에 관한 토론 등에서도 하나님의 말씀을 전한다. 셋째는 형식을 갖춘 공식적 형태의 설교다. 회중을 향해 선포하는 대중설교나 성경강해를 말한다.
저자가 이렇게 ‘말씀사역’을 세분한 것은 모든 그리스도인은 다른 누군가에게 풀이하고 적용할 수 있을 만큼 성경의 메시지를 충분히 알고 있어야 한다는 확신에서다. 여기에는 그리스도인이라면 누구든지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사람들이라는 믿음이 전제돼 있다. 그런 점에서 목회자의 설교만이 말씀 사역이라고 고집하는 것은 비성경적 믿음이라고 저자는 꼬집는다. 이 책은 건강한 말씀 사역은 사랑에서 나오며 메시지의 핵심은 그리스도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말씀을 전하기 위해서는 문화와 시대정신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하며 사람들의 마음을 만져야 한다는 저자의 조언도 귀담아 들을만하다.
‘목회를 위한 교의학 주제 해설’은 실제 목회 현장에서 제기되는 교의학적 주제들에 대한 신학자들의 구체적인 답변을 제시한 책이다. 많은 성도들이 이런 질문을 던진다. “목사님, 우리 부모님은 평소 교회에 열심히 출석하지 않으셨는데, 돌아가시기 직전에 세례를 받으셨어요. 과연 구원을 받으셨을까요?” “사람이 부활하면 이 세상에서 살았던 모습 그대로 부활 할까요?”
많은 목회자들이 자신의 개인적 신학적 견해로 답을 할 것이다. 그러나 책의 저자들은 목회자의 개인적 판단이 기독교 복음에 어긋나는 것일 수도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은 이런 개인의 식견에 의존한 오류와 위험을 방지하자는 차원에서 조직신학자 21명이 집필했다. 성도들의 알쏭달쏭한 물음에 목회자들이 신학에 입각해 답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신학이 없는 목회는 방향을 상실할 수밖에 없고, 교회와 목회를 위한 신학이 아니라면 신학자들의 탁상공론에 머물고 만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신학과 목회를 돕는 데 주력한다. 그리스도론 창조론 종말론 성경론 교회론 성령론 등 6가지 분야에서 24개 주제를 담았다. 창조론을 교의학의 한 분야로 채택한 것이 특이한데, 필자 중 한 사람인 허정윤(창조오픈포럼) 박사는 “기독교 창조론은 과학주의 시대에 부응해 설득력 있는 체계를 확립하고 무신론적 진화론을 극복할 사명을 완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종교개혁주일 책과 함께! (中)] 언제 어디서나, 말씀 전하는 그리스도인…
입력 2016-10-19 2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