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은 고리타분하고 어렵다? 국립국악원이 이런 일반의 인식을 깨기위해 ‘국악의 대중화’에 나섰다. 대중과 친숙한 작품을 국악의 테두리 안으로 가져와 문턱을 낮추겠다는 것이다. 그 대표작이 김훈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국악극 ‘현의 노래’와 창극으로 선보이는 ‘레이디 맥베스’다.
11월 10∼20일 국립국악원 예악당 무대에 오르는 ‘현의 노래’는 1500년전 가야금의 예인 우륵의 생애를 다룬 작품. 작가 김훈이 2003년 국립국악원 내 국악박물관을 둘러보다 영감을 받아 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원작 소설은 가야가 멸망하고 삼국시대로 재편되는 전란의 시대 속에서 가야금이 어떻게 신라로 편입되었는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지만 국악극 ‘현의 노래’는 우륵을 단순한 가야의 악사로서가 아니라 우리 고유의 음악인 향악의 기반을 닦은 인물이라는 시각에서 다뤘다.
이병훈이 구성과 연출을 맡고 류형선 전 국립국악원 창작악단 예술감독이 작곡한 이 작품은 서양의 극음악 형식인 오라토리오를 차용했다. 극적 전개를 이끄는 합창과 극 중 배역의 감정을 전달하는 아리아, 가야금을 비롯한 현악기 중심의 국악관현악으로 구성된다. 유려한 문체로 유명한 소설의 일부는 극 사이사이에 내레이션으로 들어간다.
연극 ‘에비대왕’을 쓴 홍원기가 각색을 맡아 원작 소설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을 과감히 줄이고 우륵과 제자 니문, 가야 왕의 시녀 아라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새롭게 구성했다. 우륵 역은 실제 가야금 연주자인 국립국악원 정악단 단원 김형섭, 니문 역은 뮤지컬 배우 김태문이 연기한다.
12월 21∼30일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공연되는 창극 ‘레이디 맥베스’가 어떤 모습일지도 사뭇 궁금하다. 셰익스피어 고전 ‘맥베스’를 모티브로 한 ‘레이디 맥베스’는 남편을 부추겨 왕위 찬탈을 꾀하다 스스로 죄의식에 함몰돼 버린 맥베스 부인에 초점을 맞춘 심리극이다. 1998년 초연 이후 국내외에서 여러 차례 공연돼 호평을 받는 등 한국 연극계의 고전으로 자리잡았다. 이 작품의 연출을 맡은 한태숙은 또다른 대표작인 스릴러창극 ‘장화홍련’으로 센세이션을 일으킨 바 있다.
한태숙 외에 창극 ‘레이디 맥베스’에 참가하는 창작자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전 국립국악관현악단 부지휘자 출신의 작곡가 계성원, 국립무용단 ‘묵향’ ‘향연’에서 한국미를 뽐낸 디자이너 정구호, 한태숙과 오랫동안 작업해온 베테랑 무대미술가 이태섭 등이 이름을 올렸다.
창극 ‘메디아’ ‘춘향’ 등에서 주역으로 활동하다 홀로서기에 나선 소리꾼 정은혜가 주역인 레이디 맥베스 역을 맡고, 30년 이상 활동해온 국립국악원 민속악단의 염경애 명창이 도창을 맡아 극을 이끈다. 또 연극배우 정동환이 전의(왕의 의사)역과 맥베스 역을 맡아 몰입도를 높일 예정이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대중에 가까이… 문턱 낮춘 국악
입력 2016-10-20 1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