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민순 회고록’ 여론몰이 與, 의총 생중계하며 맹공

입력 2016-10-19 00:00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앞줄 왼쪽)가 18일 국회에서 열린 ‘송민순 회고록’ 관련 긴급 의원총회에서 정진석 원내대표 등과 함께 심윤조 전 의원(뒷모습)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심 전 의원은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표결이 이뤄졌던 2007년 11월 당시 외교통상부 차관보였다. 이동희 기자

새누리당이 18일 노무현정부의 ‘북한 결재, 주권 포기’ 논란을 부각시키며 대야(對野) 공세 수위를 한껏 높이고 나섰다. ‘송민순 회고록’ 논란을 잠재울 명확한 증거가 나오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새누리당의 압박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동안 미르·K스포츠 재단 의혹과 청와대 우병우 민정수석 문제 등으로 방어에 급급했던 여당이 모처럼 국면 전환의 기회를 잡은 모양새다.

새누리당은 오전 국회에서 열릴 예정이던 원내대책회의를 긴급 의원총회로 대체했다. 의총에선 북한인권결의안 찬성 여부를 논의했던 2007년 11월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이던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이정현 대표는 “절대로 흥분할 일도, 과격할 일도 아니고 누구를 비난할 일도 아니다”며 “잘못된 외교와 남북관계는 시간이 걸려도 반드시 밝혀 역사를 바로잡는다는 사관의 심정으로 접근하자”고 했다.

새누리당은 ‘제2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공작’이라는 야당의 반발을 의식한 듯 노무현정부의 ‘실정’에 초점을 맞췄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회고록 내용이 사실이라면 이것은 대한민국의 주권 포기이자 국기 문란이고 명백한 반역 행위”라며 “(문 전 대표는) 김정일 결재를 받고 기권한 것인지, 말 돌리지 말고 정확하게 말씀해주기 바란다”고 했다.

의총을 페이스북에 생중계하는 등 여론전도 폈다. 당 내부적으로는 이번 논란을 계기로 정세균 국회의장 사퇴 투쟁 국면에서 노출됐던 계파 갈등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당 고위 관계자는 “장기전으로 가더라도 계속 문제 제기를 하다보면 실체가 드러날 것”이라고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기권을 결정했을 당시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이 외교부 간부들에게 자신의 거취를 거론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당시 외교통상부 차관보였던 심윤조 의원은 “몇 달 안 남은 정권에서 거취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그렇다고 해서 (사퇴를) 만류했다”고 전했다.

‘북한인권결의안 문재인 대북결재 요청사건 진상규명위원회’는 각 상임위 차원에서 외교부 등으로부터 관련 자료를 제출받을 계획이다. 위원장인 정갑윤 의원은 정세균 국회의장, 더민주 추미애 대표 등이 19대 국회에서 북한인권법 표결 당시 기권했다며 “앞으로 조사의 어려움은 짐작하고도 남을 것”이라고 했다. 국회 정보위원장인 이철우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 나와 “사후에 결정 사항을 북한에 통보했더라도 반국가단체에 기밀을 누설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권 잠룡들도 문 전 대표를 압박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는 “(문 전 대표가) 입장을 확실히 밝히지 않는 게 문제”라며 “(회고록 내용이) 사실이라면 사과해야 한다”고 했다. 남경필 경기지사는 “문 전 대표는 기억이 안 난다며 뒤로 숨으면 안 된다”면서 “지도자의 모습이 아니다”고 말했다.

글=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사진=이동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