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거장 승효상의 ‘빈자의 미학’ 복간

입력 2016-10-19 17:38

한국을 대표하는 건축가로 서울시 초대 총괄건축가를 지낸 승효상(64)의 첫 책이자 그의 건축 철학을 대표하는 이름이 된 ‘빈자의 미학’(사진)이 복간돼 나왔다. 1996년 첫 출간 이후 20년 만이다.

온 나라가 성장과 팽창으로 내달리던 1996년, 젊은 건축가 승효상은 “우리는 너도나도 졸부의 꿈을 이루려 염치도 버리고 정서도 버리고 문화도 버리고 오늘날의 국적도 정체성도 없는 도시와 건축을 만들어냈다”고 비판하며 “가짐보다 쓰임이 더 중요하고, 더함보다는 나눔이 더 중요하며, 채움보다는 비움이 더욱 중요하다”는 ‘빈자의 미학’을 주장했다.

당시 미건사에서 시집 크기에 100페이지 분량으로 출간한 이 작은 책은 건축서로서는 이례적인 주목을 받았다. 건축학도들에겐 교과서로, 인문독자들에겐 숨은 고전으로 취급받으면서 1만5000부가 팔렸다. 그러나 이후 절판돼 중고서점에서 10만원 넘는 가격에 거래돼 왔다.

승효상은 그동안 여러 출판사의 복간 요청을 다 거절해 오다가 오랫동안 우정을 나눠온 박노해 시인의 청으로 출판사 느린걸음에서 20주년 기념 개정판을 내게 됐다고 ‘후기’에서 설명했다. 박 시인은 “그의 첫 마음이 써낸 결정적인 말”이라고 책을 소개하고 “이것은 건축 책이 아니다. 이 책은 ‘삶의 혁명’ 선언이다”라고 평가했다.

승효상의 도시건축론을 담은 칼럼집 ‘보이지 않는 건축 움직이는 도시’, 승효상과의 긴 인터뷰를 수록한 ‘biography X 승효상’도 최근 출간됐다. ‘수졸당’ ‘수백당’ 등 승효상이 지은 개인 주택 12곳을 모아서 보여주는 ‘열두 집의 거주 풍경’전도 서울 종로구 진화랑에서 개막해 11월 20일까지 이어진다.

김남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