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아기 없는 땅’이라는 오명이 붙었던 독일에 최근 아기 울음소리가 다시 커지고 있다. 지난해 출산율이 3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자 “미니 베이비붐이 불고 있다”며 즐거움에 들썩거리고 있다.
독일 통계청은 17일(현지시간) 지난해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는 아이)이 1.50명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2년 전 1.47명보다 0.03명 늘어났다. 1982년 이후 최고치다. 특히 최근 4년 연속으로 증가세를 유지해 고무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우리나라의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1.25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출산율이 높아진 이유로는 우선 이슬람권 이민자가 많아진 점이 꼽힌다. 지난해 독일 출신 여성의 출산율은 전년도 1.42명에서 1.43명으로 소폭 증가했지만 독일이 고국이 아닌 여성의 출산율은 1.86명에서 1.95명으로 껑충 뛰었다고 독일 공영 도이체벨레(DW)가 전했다.
하지만 지금의 출산율 증가를 단순히 이민자만으로 설명하기엔 부족하다. 실제로 시민 3명 중 1명이 이민자이거나 부모가 이민을 온 베를린의 경우 지난 2년간 출산율 변화가 없었다. 또 독일에서 이민자가 가장 적은 작센주가 2007년 이후 줄곧 출산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때문에 이민보다는 꾸준한 일과 가정의 양립 정책이 먹혔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전했다. 독일 연방인구연구소의 마르틴 부자르트 연구원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출산율 증가의 가장 중요한 동력은 지난 15년간 양육시설을 3배로 늘린 것”이라며 “이런 정책으로 출산율 증가가 확연히 방향을 틀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은 2013년 8월부터 12개월 이상 아동은 부모가 원하면 무조건 양육시설에 맡길 수 있도록 의무화했다. 특히 동독에 비해 집단 양육시설이 부족했던 서독 지역에 양육시설이 늘면서 이 지역 여성의 사회참여가 늘고 있다.
독일 언론 슈피겔에 따르면 여성 총리인 앙겔라 메르켈이 정권을 잡은 2005년 이후 초등학교 종일반 수업을 확대한 것도 출산율 증가에 도움을 줬다. 메르켈은 집권 초반 부모가 육아휴직을 하면 14개월간 기존 수입의 65%를 지급토록 했다. 유럽 최고 수준의 육아휴직 인센티브다. 만성적인 인력부족에 시달리는 기업도 정부정책에 호응해 일과 가정의 양립 정책을 적극 지원했다.
이런 영향으로 아이가 있는 독일 가정은 전체 가계수입에서 아동양육에 들어가는 비용이 9.7%로 OECD 국가 중 가장 낮았다. 반면 영국은 그 비용이 33.8%였다. 유럽에서 출산율이 가장 높은 프랑스(2.01명·2014년 기준)도 양육비용이 9.7%였다.
결국은 일과 가정의 양립 정책이 더 많은 아이를 낳게 하고, 여성의 직장 복귀를 도와 지속적 경제성장이 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핵심이 되는 것이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
獨 ‘출산의 기적’… 양육시설의 힘!
입력 2016-10-19 0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