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아닌 숲을 보라”… ‘宋의 불만’ 까닭은?

입력 2016-10-19 00:01

송민순(사진) 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18일 2007년 당시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표결에 대해 북한의 의견을 물었다는 회고록 내용과 관련해 “삼십 몇 년 공직에 있었던 사람이 소설같이 썼겠냐. 다 사실”이라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회고록을 빌미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등 야당에 대한 총공세에 나선 새누리당을 향해서는 “대북정책을 뭘 잘했다고 과거를 뒤집는 데 초점을 두느냐”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송 전 장관은 자신이 총장으로 있는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기자들과 만나 “제가 근거 없이 썼겠냐. 책을 쓴 저자가, 이렇게 공개적으로 언론에 사실이라고 그랬으면 그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는 확고한 자세 없이 그런 말을 했겠느냐”고 말했다. “과거를 돌이켜 ‘retrospect’(회고)해 보고 미래로 가는 길을 ‘prospect’(조망)하기 위해 회고록을 냈는데 의사가 진단을 잘못하면 처방전을 바로 낼 수 있겠냐”며 논란이 된 부분이 사실임을 거듭 강조했다.

다만 회고록이 정쟁의 대상으로 전락한 데 대해서는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난관에 봉착한 현 대북 정책과 상황을 풀어가기 위한 제언을 뒤로하고 정치권이 ‘숲이 아닌 나무’에 매달려 있다는 것이다.

특히 회고록 논란과 관련해 국정조사 등 진상규명에 나서야 한다는 여권의 주장에 대해 “새누리당 스스로 현 정부 정책의 실현 가능성이나 앞으로의 전망이 있는지 이명박·박근혜정부의 9년에 대해 지금이라도 뒤를 돌아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렇지 않고서는) 과거를 캐서 폭로하는 게 국가의 미래를 위해 도움이 안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인권결의안과 관련한 당시 노무현정부의 내부 혼선이 오히려 건전한 방식의 국정운영이었다는 항변과 함께 현 정부의 의사결정 방식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대통령과 국무위원은 기본 철학을 공유하고 그때그때 생각을 조정해가며 국정 운영을 하는 것이지 대통령이 한번 얘기하면 쭉 집행만 하는 것이 아니다”며 “지금 우리나라의 국사가 그렇게 이뤄지고 있냐”고 반문했다.

송 전 장관이 정치권, 특히 여당에 대한 불만을 표출한 것은 ‘반기문 캠프 합류설’ 등 일각에서 민감한 시점에 여권에 유리한 이슈를 공개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는 데 대한 부담감으로 읽힌다. 대권주자들의 움직임이 가시화되는 타이밍에 논란이 불거지면서 여당 유력 대선후보로 거론되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이득, 야권 유력 주자인 문 전 대표의 타격으로 여야의 손익계산표가 귀결되고 있어서다. 반 총장이 대권 행보를 본격화한다면 외교와 북한 분야를 주력 분야로 꺼내들 가능성이 높고, 송 전 장관이 반 총장과 같은 외교부 출신이자 학교 선후배 사이라는 배경도 각종 추측을 양산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송 전 장관은 “미국 등에서는 (공직 퇴임 이후) 1∼2년 사이에 회고록을 내놓지 않느냐. 심지어 몸담았던 정부가 아직 있는데도 회고록을 내지만 난 그러고 싶진 않았다”며 미래로 가는 길을 제시했다는 진정성을 봐 달라고 일축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