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 알현정치’가 새정치?

입력 2016-10-18 18:01 수정 2016-10-18 21:01
유력 대권 주자들이 김종필(JP) 전 국무총리를 예방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특히 새정치를 강조하는 야권 잠룡들이 연달아 JP를 찾는 것과 관련해 정치 원로를 현실정치에 끌어들이는 ‘알현정치’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또 충청권을 겨냥한 지역주의 정치 구태라는 지적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하지만 대권 주자가 정치원로의 고견을 청취하는 것을 문제 삼을 수 없다는 반박도 만만치 않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지난 17일 서울 청구동 JP 자택을 방문해 1시간가량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지사와 가까운 박수현 전 의원은 18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대선 잠룡이 아닌 도지사로서 충청지역 어르신을 찾아뵙고 안부를 여쭙는 자리였다”면서 “처음 뵌 게 아니라 그동안 여러 차례 JP를 만났다”고 설명했다. 안 지사의 대권 행보로 보는 시각에 대해 박 전 의원은 “지역 출신 원로를 찾아뵙는 건 도지사의 통상적인 업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안 지사의 JP 예방은 충청 출신이 차기 대통령이 돼야 한다는 ‘충청 대망론’과 맞물리며 여러 추측을 낳았다. 충청권 맹주였던 JP를 만나는 것으로 대권 도전의 사전 정지작업을 마무리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대권 잠룡들의 JP 마케팅 경쟁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공동대표도 오는 25일 서울시내 한 식당에서 JP와 만찬을 가질 예정이다. 이 자리에는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도 참석한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지난 5월 JP의 자택을 방문했다. 또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지난 9월 하순 미국을 방문해 “이를 악물고 하셔야 한다. 내가 비록 힘은 없지만 마지막으로 혼신을 다해 돕겠다”는 JP의 메시지를 반 총장에게 전달했다가 신뢰성 논란을 자초하기도 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얼마 전 JP를 만났다”면서 “JP는 정 원내대표가 반 총장에게 전했다는 JP의 메시지는 사실이 아니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JP는 한국정치의 대표 원로인 데다 충청권이라는 상징성이 있다. 특히 충북 음성 출신의 반 총장과 충남 논산 출신의 안 지사 등 충청권 주자들이 JP의 지지를 얻기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상황이다.

하지만 대권 주자들이 정치적 실리를 위해 JP를 이용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새정치를 지향한다는 야권 잠룡들과 아직 정치권에 발을 내딛지 않은 반 총장이 벌써부터 충청권 표심을 겨냥한 지역주의 정치에 의존하는 것 아니냐는 비난도 매섭다.

하윤해 권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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