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걱대는 애플 리더십… 자율주행차 개발 좌초하나

입력 2016-10-19 04:04

애플이 직접 자동차를 만드는 것을 사실상 포기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내부 리더십에 큰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스티브 잡스 사망 이후 애플에 강력한 리더십이 사라지면서 신규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애플이 ‘프로젝트 타이탄’으로 명명된 자율주행차 개발 계획을 전면 수정키로 했다고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1000명 이상이었던 프로젝트 타이탄 소속 직원 중 수백명이 최근 회사를 떠나거나 다른 팀에 배속됐다. 자율주행 시스템을 개발하던 120명가량의 소프트웨어 개발자들도 자리를 옮겼다. 올해 초까지 프로젝트를 이끌던 스티브 자데스키도 물러나고 초기 아이패드 개발에 참여했던 밥 맨스필드가 임시로 수장을 맡고 있다.

애플 경영진은 내년 말까지 자율주행차 개발 계획을 전면 재검토해 수정안을 가지고 오라고 지시했다. 애플의 자율주행차 개발 계획은 자동차와 자율주행 시스템을 모두 직접 만드는 것이었다. 아이폰처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통합해 내놓는 방식이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는 완성차를 포기하고 자율주행 시스템 개발만 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테슬라처럼 자동차 업체를 꿈꿨으나 한발 물러나 구글처럼 자율주행 시스템만 만들어 완성차 업체와 협력하는 방식으로 변경하겠다는 것이다.

애플은 그동안 자율주행차를 개발하고 있다는 사실을 공개한 적이 없다. 하지만 이미 2014년부터 자율주행차 개발에 착수했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2020년 출시를 목표로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007년 아이폰이 등장해 모바일 생태계를 만들어낸 것처럼 자율주행차 분야에서도 혁신을 이뤄낼 것이라는 기대가 집중됐다. 컨설팅 전문 업체 매킨지는 애플의 자율주행차가 2030년 6조7000억 달러의 가치가 있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복수의 애플 관계자를 인용, 지난해 말부터 자율주행차 개발이 삐걱대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경영진이 제대로 된 목표와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한 직원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리더십이 형편없었다”고 비판했다. 경영진이 방향을 못 잡다보니 계획에 참여하고 있던 직원들도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이탈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는 과거 잡스가 아이폰을 개발할 때 조직을 이끌던 모습과 완전히 다른 것이다. 잡스는 아이폰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직원들을 극한으로 몰아넣을 정도로 목표를 이루는 데 집중했다. 이 과정에서 잡스와 갈라서는 직원도 상당수였다. 반면 현재 애플 최고경영자(CEO)인 팀 쿡은 조직을 원만하게 이끄는 관리형 지도자로 평가된다. 잡스의 유산인 아이폰을 잘 관리해 좋은 실적을 내고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혁신에 대한 요구에 제대로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쿡 체제에서 내놓은 신제품 ‘애플워치’ ‘애플페이’ ‘애플뮤직’ 등은 과거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만큼 시장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