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충남 홍성에서 26년째 사역하고 있는 정성화(승전침례교회) 목사입니다. 흔히 말하는 농어촌 성공목회자도 아닌 제가 총회장 취임감사예배 자리에 설 수 있게 돼 영광입니다.”
17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대로 총회회관에서 열린 ‘기독교한국침례회(총회장 유관재 목사) 신임 총회장 취임감사예배’에서 설교자로 나선 정 목사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승전교회는 성도 50여명이 신앙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전형적인 시골교회다.
교단 내 주요 직위를 역임한 것도, 한국교회 주요 기관의 대표도 아닌 시골교회 목사가 이날 강단에 설 수 있었던 것은 유관재 신임 총회장 뜻에 따라 검소하고 의미 있게 취임예배 준비되면서 가능했다.
정 목사는 “시골에서 목회하면서 ‘교회부흥은 천국부흥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과 ‘하나님께 받은 처음 사랑을 잊지 않고 오직 복음만 전할 때 진정한 기쁨이 온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복음 위에 바로 설 기침 총회를 응원했다.
이날 예배 순서지에선 ‘증경 총회장’ ‘대표’ ‘회장’ 등 교단장 취임예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직함 소개가 없었다. 대신 전국 각지에서 20년 이상 농어촌교회 현장을 지켜 온 목회자들이 사회, 설교, 격려사, 축복기도 등 주요순서를 채웠다. 총회회관에 난생 처음 와보는 이들도 많았다. 또 화환도, 요란한 교제도, 한복 입은 안내 여교인도 없었다. 불과 100여명의 축하교인이 참석한 예배였다. 남여 중창단이 무대 준비를 위해 자리를 떴을 때는 그 빈자리가 커 보일 정도로 조촐했다.
격려사에 나선 정대기(순천침례교회) 목사는 “세상적인 눈으로 봐선 보이지 않는 사람, 알려지지도 않은 사람이 이렇게 귀한 자리에 설 수 있는 것은 말 그대로 파격적인 것”이라며 웃었다. 이어 “40여년간 순천에서만 목회하면서 오직 하나님께만 영광 돌리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됐다. 제106차 회기를 통해 하나님께 영광 돌리는 교단이 되길 바란다”며 “격려사 끝!”이라며 간단히 마쳤다. 한바탕 폭소가 터졌다.
취임예배의 하이라이트는 신임총회장을 위한 축복기도였다. 유 총회장이 무대 앞으로 나와 무릎을 꿇은 채 두 손을 모으자 순서를 맡은 목회자들이 유 총회장의 머리와 어깨에 손을 얹었다. 예배당에 로마서 8장 28절이 울려 퍼졌다. “우리가 알거니와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
유 총회장은 인사를 겸한 취임사에서 “누군가를 빛내는 행사가 아니라 내가 어떤 사람들과 함께해야 하는 지를 생각하며 예배를 준비했다”며 “‘함께’하려는 제 첫 마음이 변했다고 생각되면 언제든지 질책하고 채찍질 해 달라”고 당부했다.
유 총회장은 지난달 20일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개최된 제106차 정기총회에서 72대 총회장으로 선출됐다. 할아버지, 아버지에 이어 3대째 침례교 목회자인 그는 정견 발표에서 ‘건강한 교단, 자랑스러운 교단’을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임기는 1년이다.
이날 참석자들에겐 정성 들여 포장한 냄비받침 답례품이 주어졌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사진=강만석 선임기자
‘냄비받침’으로 답례한 조촐한 총회장 취임식
입력 2016-10-18 20: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