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최고의 축제인 포스트시즌이 한창이지만 현장에선 감독 교체 바람이 거세다. 정규시즌이 끝난지 채 열흘이 되지 않아 10개 구단 중 4개 팀 감독이 옷을 벗었다. 바야흐로 ‘감독 스토브리그’가 계속되고 있다. 물러난 사령탑들은 선수단 관리와 성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새로 지휘봉을 잡은 감독들은 팀 재건에 사활을 걸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막내구단 kt 위즈는 18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신임 김진욱 감독 취임식을 열었다. 김진욱 감독은 “꼭 말하고 싶은 것은 나와 야구를 하려면 인성이 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나는 그라운드 안에서 어떤 실수를 하더라도 선수들을 나무라지 않는다. 하지만 사회적 도덕적으로 용납되지 않는 부분은 용서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앞서 전임 조범현 감독은 2년 연속 꼴찌라는 성적과 함께 선수단 관리에 문제점을 드러내 물러났다. kt는 올 시즌 선수들의 잇단 음주운전, 성추행 등으로 많은 사회적 지탄을 받았다.
삼성 라이온즈도 류중일 감독을 떠나보내고 김한수 신임 감독을 선임했다. 류 감독은 지난해까지 4년 연속 한국시리즈 제패, 5년 연속 페넌트레이스 우승이라는 업적을 이뤘지만 지난해 9위까지 떨어진 팀 성적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김한수 감독은 전날 취임식에서 “팬들은 팀이 포스트시즌에 가지 못한 것에 가장 실망 했을 것”이라며 “1차 목표는 홈구장에서 포스트시즌을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원점에서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모든 일에 매진하겠다”며 “삼성과 인연을 맺은 지 23년이다. 많이 안다면 많이 알지만 앞으로 알아가야 하는 것이 더 많다. 팬들이 즐겁고 열성적으로 응원할 수 있도록 좋은 야구를 하겠다”고 전했다.
넥센 히어로즈 염경엽 감독도 깜짝 사퇴했다. 17일 준플레이오프 탈락이 확정된 날 기자회견에서 그는 “성적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는 말을 남기고 그라운드를 떠났다. 염 감독 사임은 의외로 받아들여졌다. 그는 2013년 지휘봉을 잡은 후 팀을 4년 연속 가을야구 무대에 올려놓았다. 특히 올 시즌의 경우 박병호 강정호 등 주축 선수들이 대거 빠져 나갔지만 신인들을 대거 발굴해 팀 성적을 3위까지 끌어올렸다. 하지만 염 감독은 팀 운영과 관련해 구단 수뇌부와 마찰을 일으켰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 시즌 후반 SK 감독으로 갈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
염 감독은 “당분간 부족한 부분을 돌아보고 채우는 시간을 가질 것”이라고 이를 부인했다. 후임 사령탑으로는 2000년대 후반 롯데 자이언츠를 이끌었던 제리 로이스터 전 감독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SK 와이번스는 시즌이 끝나자마자 2년 간 팀을 이끌었던 김용희 감독과의 재계약을 포기했다.
SK는 차기 감독을 외국인으로 염두에 두고 있다. 민경삼 단장은 조만간 여러 명의 후보를 면접하기 위해 미국으로 출국할 예정이다.
NC 다이노스 김경문 감독과 한화 이글스도 안심할 수 없는 처지다. NC 김경문 감독은 신생팀 NC를 맡아 빠른 시간 내에 강팀으로 성장시키는 등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올해 승부조작 파문과 음주 운전 등 선수들의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또 강팀으로 만들었지만 단기전인 가을야구에 약하다는 점도 뼈아프다. 공교롭게도 올해가 그의 계약 마지막 해다. 재계약 여부는 포스트시즌이 끝난 이후 확실해 질 전망이다.
김성근 감독은 뜨거운 감자다. 아직 계약 기간을 1년 남겨놓고 있지만 지난 2년간 선수 혹사 논란으로 엄청난 비판을 받고 있다. 김 감독은 자진사퇴에 대해선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프로야구] 추풍낙엽, 감독 수난시대
입력 2016-10-19 0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