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좌·우파 구분 없앨 것”

입력 2016-10-18 18:11 수정 2016-10-18 21:11
클라우스 슈밥 세계경제포럼 회장이 18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4차 산업혁명의 도전과 응전: 사법의 미래’를 주제로 한 2016 국제법률 심포지엄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곽경근 선임기자

“앞으로 세계는 좌파와 우파로 나뉘지 않을 겁니다. 미래를 수용할 것인가, 아니면 과거를 고수할 것인가. 이른바 ‘개방’과 ‘폐쇄’로 나뉘게 될 겁니다.”

클라우스 슈밥(78)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회장은 ‘4차 산업혁명’의 도래에 따른 사회의 변화를 이렇게 예견했다. 슈밥 회장은 18일 대법원이 연 ‘2016 국제법률 심포지엄’에 기조연설자로 참석했다. 이번 심포지엄의 주제는 ‘4차 산업혁명의 도전과 응전: 사법의 미래’다.

슈밥 회장은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을 세계 최초로 주장한 인물이다. 그는 “4차 산업혁명이 다가오는 속도는 ‘지진해일’(쓰나미)과 같을 것”이라며 “미국 실리콘밸리 등 일부 기업은 대비를 서두르고 있지만 각국 정부와 개인, 사법부는 얼마나 준비가 됐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슈밥 회장은 백강진(47) 캄보디아 유엔특별재판소(ECCC) 재판관과 특별 대담을 갖기도 했다. 양승태 대법원장을 비롯한 법조인과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 학계 관계자 등 200여명이 객석을 메웠다.

백 재판관이 “4차 산업혁명이 기존 일자리를 없애고 소득불평등을 악화할 우려는 없느냐”고 묻자 슈밥 회장은 “1차적으로 기존 일자리가 파괴될 수 있지만 2차적으로 새로운 일자리가 탄생할 것이다. 문제는 변화가 너무나 빨리 온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슈밥 회장은 “대응을 하지 못한 개인이나 국가는 스스로 ‘경쟁력을 잃었다’고 느끼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슈밥 회장은 미국 대선의 ‘트럼프 열풍’ 원인을 4차 산업혁명과 연결해 분석했다. 그는 “미국 대선 후보 두 명 중 한 후보(트럼프)는 신기술의 탄생과 전 세계적 사회 변화로 일자리를 위협받게 된 사람들의 열광적 지지를 받고 있다”며 “4차 산업혁명은 이미 정치를 비롯해 우리 사회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앞서 벌어진 1∼3차 산업혁명은 우리가 기존보다 쉽게 일을 하고, 정보를 빨리 소통할 수 있는 혁명이었다”며 “4차 산업혁명은 ‘나는 누구인가’라는 개인의 정체성부터 시민과 국가의 역할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 모습을 완전히 새롭게 바꿀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슈밥 회장은 한국에 당부 메시지를 전했다. “새로운 미래를 수용할 것인가, 아니면 안락한 과거 체제를 수호할 것인가. 4차 산업혁명을 바라보는 개인은 이렇게 나뉠 것이다.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사람만이 살아남는다.”

글=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사진=곽경근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