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도 저래도 안되는 맨유

입력 2016-10-18 18:18

백약이 무익했다. 거액을 들인 선수들은 ‘주급도둑’으로 전락했다. 한때 적장이던 지도자까지 영입해 지휘권을 넘겼지만 파격과 실험은 번번이 실패하고 있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 얘기다.

맨유가 시즌 중 가장 중요한 라이벌전 중 하나인 리버풀과의 ‘레즈더비(Reds Derby)’에서 헛심 공방 끝에 비겼다. 올여름 이적시장에서 리버풀보다 2배 이상 많은 이적료를 들여 팀 리빌딩을 단행했지만 정작 승부의 결과는 대등했다.

맨유는 18일 영국 리버풀 안필드에서 열린 2016-2017 프리미어리그 8라운드에서 리버풀과 0대 0으로 비겼다. 중간전적 4승2무2패(승점 14)로 한 계단 하락한 7위다. 순위는 지난 시즌(5위)보다 밑돌고 있다. 시즌 초반 성적은 오히려 떨어졌다. 지난 시즌엔 8라운드까지 3위였다. 리버풀은 5승2무1패(승점 17)로 4위를 지켰다.

맨유는 2013년 7월 알렉스 퍼거슨(75) 전 감독의 퇴임 이후 네 시즌째 이어진 ‘암흑기’에서 탈출하기 위해 라이벌 첼시의 사령탑이던 조세 무리뉴(사진) 감독에게 지난 5월 지휘봉을 맡기고 팀을 재건했다. 1억5725만 파운드(2178억원)를 시장으로 뿌려 선수들을 공격적으로 사들였다. 리버풀이 들인 이적료(6792만 파운드·941억원)의 2배 이상이다. 하지만 효과는 아직 미미하다.

퍼거슨 전 감독과는 반대다. 퍼거슨 전 감독은 유소년을 직접 육성하거나 가능성 있는 선수를 영입해 맨유를 유럽의 맹주로 만들었다. 퍼거슨의 후광이 퇴임 이후 네 번째 사령탑인 무리뉴 감독에게까지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무리뉴 감독은 전방압박으로 리버풀을 강하게 몰아붙였다. 수비진에서 시작될 리버풀의 공격을 미리 차단하고, 더 많은 득점 기회를 갖기 위해서였다. 맨유는 전통적으로 후방에서 공격을 시작해 측면을 뚫는 대각선 롱패스로 득점하는 팀이다. 전방압박은 파격적인 실험이었다.

전반전까지는 통했다. 리버풀은 65%의 압도적인 점유율을 기록하고도 전반전 내내 단 2개(최종 9개)의 슛만 때렸다. 맨유 진영에서 리버풀의 패스성공률은 60%대로 낮았다. 수비전술로서 전방압박은 성공적이었다.

문제는 전방압박을 득점으로 연결하지 못한 공격수들에게 있었다. 최전방 스트라이커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35·스웨덴), 후방 공격수 폴 포그바(23·프랑스)는 한 번도 골문을 열지 못했다. 올 시즌 맨유로 입단하면서 세후 주급 25만 파운드(3억5000만원)로 팀내 최고 수준의 대우를 받는 이브라히모비치, 세계 최고 이적료(8900만 파운드·1232억원)로 입단한 포그바 모두 몸값에 맞게 활약하지 못했다. 두 공격수를 앞세운 맨유 공격진은 전·후반 90분 내내 슛 7개를 때렸지만 유효 슛은 1개였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