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글속 세상] 깨끗한 물길에 따뜻한 손길까지 더했다

입력 2016-10-18 18:38
지난 6일 K-water 울산권관리단의 물사랑나눔단 봉사대원들과 두서지역아동센터(울산 울주군 두서면 소재) 학생들이 밝은 표정으로 집수리에 쓸 자재를 운반하고 있다. 사랑의 집수리에 동참한 울산권관리단 김영희 과장은 “상수도 연결, 수돗물 음수대 설치, 화장실 개보수, 전등 교체 등 아이들 생활공간을 고치면서 소외된 이웃을 위해 작은 희망을 선물했다고 생각하니 매우 감사하다”면서 “땀과 먼지로 온 몸을 적셨지만 학생들과 함께했기에 더욱 뿌듯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K-water는 태풍 ‘차바’로 큰 피해를 입은 울산, 양산 등 재난 지역에서 복구활동에 힘을 쏟았다. 침수 가옥과 농경지, 하천을 정비하고 쓰러진 벼를 베고 구호물품 지원과 함께 성금 2000만원도 전달했다.
지난 14일 경남 합천군 대병면에 소재한 ‘합천댐 孝나눔센터’의 노래교실 시간. 흥겨운 트로트 선율에 어르신들의 어깨가 절로 들썩였다. K-water는 현재 8개 다목적댐 지역에서 총 8개의 孝나눔센터를 운영 중이다(위 사진). / 방과후 센터로 돌아온 학생들이 깔끔하고 편리하게 바뀐 화장실과 세면시설을 신기한 듯 바라보고 있다(아래 사진).
봉사대원들은 아이들의 해맑은 얼굴처럼 그들의 미래가 빛나기를 소망하며 케이크에 촛불을 켰다(위 사진). / 행복가득 水 집수리 준공 파티를 마친 뒤 봉사대원과 학생들이 새로 교체한 밝은 LED 등 아래에서 책을 보고 있다(아래 사진).
곽경근 선임기자
경남 일원을 할퀴고 지나간 태풍 ‘차바’의 상처는 예상보다 컸다.

K-water(한국수자원공사)는 지난 6일 자원봉사 동아리 ‘물사랑나눔단’ 봉사대원과 임직원 100여명을 재난지역에 급파했다. 16일까지 연인원 505명이 참여한 피해 복구 활동엔 33만개의 병물, 복구에 필요한 장비, 구호물품과 함께였다. 피해가 가장 심한 울산 지역은 경남부산지역본부 시설 운영 필수 인력을 제외하고 휴가자까지 모두 복구 작업에 발 벗고 나섰다.

이러한 비상 상황에서도 울산권관리단 봉사단은 몇 달 전 소외지역 아동들과 했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울산 울주군 두서면에 위치한 두서지역아동센터를 찾았다.

두서지역아동센터는 기초생활수급자, 한부모가정, 조손가정, 다문화가정, 저소득층 자녀 19명의 방과후 보금자리다. 학생들은 이곳에서 방과후 학습, 생활지도, 저녁 급식과 문화체험, 취미활동, 의료지원 등을 받고 있다.

지어진 지 30년이 넘은 두서지역아동센터는 수도에서 녹물과 탁수가 나올 정도로 열악한 환경이었다. 화장실에는 남녀를 배려하는 칸막이조차 없었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K-water가 물 사용 환경 개선 프로젝트인 ‘행복가득 水’의 일환으로 건물 수리를 약속한 것이다.

방과후 아동센터로 돌아온 학생들은 자신들의 보금자리를 새롭게 꾸며줄 봉사대원들을 조금이라도 돕겠다며 헬멧과 장갑을 끼고 나섰다. 밝고 활달한 아이들 덕에 봉사대원들의 입가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봉사대원들과 아이들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호흡을 맞추며 무사히 수리 작업을 마쳤다.

1주일이 지난 13일 다시 울산 지역을 찾았다. 울주군 두동면 은편리 일대에서는 여전히 태풍피해 복구 작업이 한창이었다.

파란 조끼를 착용한 K-water 봉사대원들은 도로를 경계로 침수된 축사와 비닐하우스에서 오물을 제거하고, 물에 흠뻑 젖은 가재도구를 옮겼다. 도로 건너편에서는 10여명의 봉사대원이 수확을 앞두고 쓰러진 벼를 베고 있었다. 봉사대원들은 이른 아침부터 이어진 작업에 흙먼지와 땀으로 범벅이었지만 피해 농민을 격려하면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조금씩 상처가 아물어가는 복구 현장을 뒤로하고 준공 파티를 준비하는 두서지역아동센터를 찾았다. 학생들은 새로 단장된 센터 내부와 말끔해진 화장실, 깨끗한 물이 콸콸 쏟아지는 음수대를 보면서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두서지역아동센터 수리는 2014년부터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함께 추진해온 ‘행복가득 水’ 프로젝트의 300번째 작업으로 더욱 의미가 깊다. K-water 울산관리단은 ‘물드림캠프’를 열어 학생들에게 생활 속 간단한 물 절약 실천 방법, 간이정수기·친환경 수차 만들기 등을 소개했다. 봉사대원들은 짧은 시간이지만 학생들과 공놀이를 하고 책도 읽으며 뜻 깊은 시간을 가졌다.

두서지역아동센터 노동식 시설장은 “그동안 이 지역은 학원도 없고 자원봉사자와 후원자들도 접근하기 어려운 소외된 농촌지역이었는데 K-water가 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시설을 지원해주었다”면서 “특히 깨끗한 수돗물을 먹을 수 있게 되어 아이들의 건강과 직결되는 물 걱정은 한시름 놓게 됐다”고 거듭 감사함을 표했다.

이학수 K-water 사장은 “이번 태풍과 같이 우리의 이웃이 어려움에 처하면 K-water 임직원은 언제든 힘을 보탤 것”이라면서 “2017년 창립 50주년을 맞는 K-water는 국민행복을 실현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물 전문 공기업으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취재를 마치고 돌아오는 늦은 오후, 차창 밖 가을 햇살 풍성한 들녘을 배경으로 땀에 흠뻑 젖은 봉사대원들의 뒷모습이 반짝이고 있었다.

울산·합천=글·사진 곽경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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