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밥 딜런이 선정되었다. 노벨 문학상 116년 역사상 처음으로 문학 작가가 아닌 싱어송라이터가 수상하게 된 것이다. 어떤 이들은 일견 의아해하면서도 가사에 담긴 시와 같은 운율, 주제 의식을 보면 손색없는 수상자라고 평가한다. 전쟁 반대와 인권, 평등의 메시지를 전파한 그의 노래 ‘바람에 실려서(Blowin’ in the wind)’는 짧은 가사이지만 문학적 은유에 가까운 표현을 하고 있다는 거다. 그런가 하면 다른 한편에서는 음악과 문학은 엄연히 다르고 밥 딜런은 정통 문학을 하는 작가가 아니므로 애초에 수상 자격이 없다고 비판하는 이들도 있다. 양쪽 의견 모두 맞는 말이기도 하다. 그러나 사실 심리학적으로 음악과 문학은 관련성이 있다.
최근에 음악과 언어가 연관된 한 실험이 진행되었다. 이 연구에서는 음악훈련을 받은 아이들의 언어 능력이 향상되었다는 결과가 나왔다. 아동들의 언어 기능과 인지 기능을 먼저 측정한 뒤 아동을 두 집단으로 나누어 훈련을 시켰다. 음악 훈련 프로그램과 미술 훈련 프로그램이다. 음악 훈련 프로그램에서는 아이들에게 리듬, 억양, 멜로디, 음성, 그리고 기본적인 음악적 개념들을 학습하게 하였다. 미술 훈련 프로그램에서는 모양, 색, 선, 크기, 원근감 등을 학습하게 하였다.
그런 다음 아동들의 언어 능력과 인지 기능을 다시 측정하였다. 그 결과 훈련 프로그램 전에는 언어와 인지 능력에서 두 집단 간 차이가 없었는데 훈련 후에는 두 집단 간에 차이가 났다. 음악 훈련을 받았던 집단에서만 언어적 능력이 향상되었다. 언어 기능뿐 아니라 인지적 기능까지도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비교적 짧은 음악 훈련 프로그램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글을 읽는 데 필요한 언어적 능력과 인지 능력이 향상된 것이다. 이렇게 음악과 언어는 서로 연관되어 있다.
전통적으로 음악과 언어는 서로 다른 심리적 능력이라고 여겨져 왔다. 왜냐하면 그 기능을 하는 뇌 부위가 다르기 때문이었다. 언어 기능은 좌뇌에서, 음악 기능은 우뇌에서 담당한다는 생각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연구를 통해 다른 관점이 제시되고 있다. 음악과 언어의 기능은 다양한 측면에서 공통적인 점이 많고, 언어와 음악에 비슷한 뇌 신경 모듈을 포함하고 있다는 연구들이다. 다시 말해 언어의 기능은 음악의 기능에 도움이 된다는 거다. 뿐만 아니라 읽기와 쓰기 기술의 중심이 되는 음운 인식은 음감 인식, 음악적 전문 지식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한다.
더 나아가 무언가를 읽을 때 활성화되는 뇌 부위가 음악에 의해 반응하는 뇌와 같다는 것이 밝혀졌다. 우뇌의 똑같은 부위가 글을 읽거나 노래 가사를 듣거나 활성화된다.
그런데 자신이 좋아하는 시를 읽게 한 결과 읽기 영역과 관련된 뇌 부위보다는 기억과 관련된 뇌 영역이 활성화되었다. 결국 시를 읽고 글을 읽을 때 활성화되는 기억 부위가 음악을 들을 때도 똑같이 활성화되는 거다. 우리가 시나 음악 가사를 읊조리게 되면 잊었던 옛 기억이 갑자기 되살아나곤 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다. 과학과 예술을 조화시키는 것이 어렵다고 얘기들 해왔지만, 과학과 예술은 관련성을 가진다. 결국 문학과 음악도 별개의 그 무엇이 아니라 매우 밀접하다.
이런 측면에서 밥 딜런의 노벨상 수상은 결국 인간의 마음엔 음악도 문학도 다 같은 것임을 다시 깨우치게 한다. 음악은 인간의 진화적인 적응에도 도움이 되었다. 언어가 발달되기 전 원시사회에서 음악을 통해 음식 하는 법, 물 길어오는 법 등을 학습하고 기억했다고 하니, 태초의 문학은 음악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곽금주(서울대 교수·심리학과)
[청사초롱-곽금주] 밥 딜런으로 본 음악과 문학
입력 2016-10-18 1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