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역전 드라마’… 오지환 열고 끝냈다
입력 2016-10-18 00:23
올해 시즌 초 LG 트윈스는 고전했다. 전력이 보강된 것도 아니고 주전은 노쇠했다. 양상문 감독의 선택은 리빌딩이었다. 당연히 갖가지 시행착오를 겪었다. LG는 전반기를 8위로 마쳤다. 그래도 리빌딩을 멈추지 않았다. 일부 팬들은 외야에서 양 감독 사퇴를 요구하는 플래카드를 펼치는 등 극심한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하지만 후반기부터 리빌딩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연승가도를 달리더니 결국 4위로 가을야구에 나섰다.
포스트시즌에서 LG는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KIA 타이거즈를 격파한데 이어 준플레이오프에선 ‘천적’ 넥센 히어로즈마저 물리치고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LG는 1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넥센과의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5전3선승제) 4차전에서 5대 4 역전승을 거뒀다. LG는 이로써 시리즈 전적 3승1패를 거두고 21일부터 플레이오프(5전3선승제)에서 NC 다이노스와 맞붙게 됐다. LG가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것은 2년 만이다.
4차전도 LG 젊은 선수들의 파이팅이 빛난 경기였다. 먼저 점수를 내줬지만 야금야금 따라가 결국 역전극을 펼쳤다.
LG는 불안하게 출발했다. 2회초 선발 류제국이 안타 4개와 볼넷 한 개를 내주는 등 난타당하며 대거 4점을 내줬다.
계속 아슬아슬하게 경기가 진행됐다. 선발 류제국이 컨디션 난조로 2이닝 4실점으로 내려간데 이어 구원 등판한 이동현마저 5회 시작하자마자 오른쪽 장단지 근육통을 호소해 마운드를 내려갔다. 이동현이 2⅓이닝 동안 단 한 개의 안타도 맞지 않는 호투를 이어갔던 터라 아쉬움은 더욱 컸다. 하지만 뒤이어 등판한 윤지웅(⅔이닝), 김지용(1⅓이닝), 진해수(⅓이닝), 정찬헌(1⅓이닝), 임정우(⅔이닝) 등 젊은 투수들이 단 한 점도 내주지 않는 집중력을 선보였다.
그 사이 LG 타선은 넥센 야수진의 실책을 발판삼아 매서운 추격을 시작했다. 모두 젊은 선수들이 힘을 냈다. LG는 0-4로 뒤지던 3회말 2사 1, 3루에서 오지환이 적시타를 때린데 이어 채은성의 타구를 유격수 김하성이 2루수 서건창에게 제대로 던지지 못하는 실책으로 한 점을 더 뽑아냈다.
5회말에선 무사 만루에서 채은성이 친 평범한 파울 플라이를 1루수 윤석민이 잡지 못했다. 결국 투수 김상수가 기사회생한 채은성에게 몸에 맞는 볼을 내줘 LG가 한 점을 냈다. LG는 양석환의 내야 땅볼 때 3루 주자 루이스 히메네스가 홈을 밟아 4-4 동점을 만들었다. 결국 LG는 8회말 2사 1, 2루에서 오지환이 천금의 적시타를 때려내 승부를 뒤집었다. 결승타를 때려낸 오지환은 준플레이오프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되는 기쁨을 누렸다. 4차전 MVP는 이동현이 받았다.
반면 넥센은 빠른 발과 득점권 타율이라는 팀 컬러가 실종되면서 맥없이 가을야구에서 내려왔다. 또 상대적으로 LG에 비해 수비가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준플레이오프에선 오히려 상황이 역전됐다. 4차전에서도 넥센은 실책 2개를 범하며 무너졌다.
넥센 염경엽 감독은 경기 직후 자진사퇴를 선언했다. 염 감독은 “실패 책임은 감독인 나한테 있다고 생각한다. 물러날 생각을 하고 있다”며 “선수들과 함께 해서 행복했다. 4년 동안 따뜻한 성원을 보내주신 팬들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