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반도체가 버팀목”… 세계 첫 10나노 양산 성공

입력 2016-10-18 05:17



삼성전자가 업계 최초로 10나노(나노미터·㎚·10억분의 1m) 시스템 반도체 공정을 양산화하는 데 성공했다.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에 이어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도 기술 격차를 벌려 반도체 경쟁력을 한층 강화할 수 있게 됐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등에 적용하는 10나노 로직 공정 양산을 시작했다고 17일 밝혔다. 내년 상반기 출시할 갤럭시S8에 탑재될 새로운 엑시노스 AP부터 10나노 공정이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는 공정이 미세할수록 전력 소모량이 줄어들고 속도는 빨라진다. 양산에 들어가는 10나노 1세대 공정은 14나노 1세대 대비 성능이 27% 개선된 반면 소비전력은 40% 절감된다. 1개의 반도체 웨이퍼에서 만들 수 있는 칩 생산량도 약 30% 향상됐다.

현재 전 세계 반도체 업체 중 14나노 양산 능력을 갖춘 업체는 삼성전자와 인텔뿐이다. 인텔은 PC용 CPU만 만들고 모바일 AP는 삼성전자만 한다.

삼성전자가 10나노 공정 양산에 성공하면서 다른 반도체 업체들과의 기술 격차는 더욱 벌어지게 됐다. 미세 공정 적용으로 엑시노스 성능을 더욱 끌어올릴 수 있어 갤럭시S8 경쟁력 강화에도 기여할 전망이다. 전력 소모량은 줄이고, 성능은 높일 수 있어 배터리 용량 등에 대한 부담을 덜면서 신제품 개발에 주력할 여건도 갖추게 된다.

삼성전자는 자체 생산하는 AP뿐만 아니라 다른 업체의 칩셋 파운드리(위탁생산)도 하고 있다. 과거 애플 아이폰에 들어가는 AP를 삼성전자에서 위탁생산하기도 했다. 애플은 삼성전자와 소송 이후 파운드리 물량을 줄이다 아이폰7에 들어가는 A10은 전량 대만 TSMC에 맡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전 세계 안드로이드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가장 많이 들어가는 퀄컴 스냅드래곤820도 삼성전자에서 14나노 공정으로 만들고 있다. 이밖에도 엔디비아, AMD 등의 그래픽카드도 삼성전자에서 생산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TSMC와 미세 공정 격차가 벌어지면 애플이 다시 삼성전자에 생산을 맡길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IT·모바일(IM)부문과 반도체·부품(DS)부문은 삼성전자 이익의 양대 축으로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해 DS부문 영업이익은 14조8900억원으로 IM부문 10조1300억원보다 많았다. 전체 이익(26조4100억원)의 56.4%가 반도체 관련 이익이었다.

올해 들어서는 2분기까지 갤럭시S7가 선전하며 IM부문이 8조2100억원으로 DS부문 5조1200억원의 영업이익을 능가했다. 하지만 3분기 들어 반도체 이익은 4조원을 넘어선 반면 IM부문은 노트7 리콜 비용으로 적자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삼성전자로선 세계적으로 기술력에서 앞서 있는 반도체 부문이 더 힘을 내야 노트7 단종으로 인한 충격을 상쇄할 수 있는 셈이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