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방 온도차 극심… 공급 넘쳐 역전세난 우려도

입력 2016-10-18 00:02
강남발 재건축 열기가 서울을 넘어 수도권으로 옮겨붙고 있다. 지난 13일 서울 강남 개포지구 첫 재건축 단지로 주목받은 ‘래미안 블레스티지’의 공사현장 모습. 김지훈 기자


‘냉탕과 온탕’ ‘극심한 양극화’. 지역별로 극과 극을 보이는 최근 부동산 시장의 특징을 나타내는 키워드다. 강남발 재건축 광풍은 서울을 넘어 수도권으로 옮겨붙었다. 수도권 청약률과 매매가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지만 지방 주택시장은 얼어붙었다. 그나마 부산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청약률 ‘제로’를 기록한 곳도 수두룩해 미분양 공포가 엄습하고 있다. 공급 과잉 탓에 내년부터 수도권을 중심으로 역전세난이 올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정부의 우려만큼 강남 재건축 열기는 폭발적이다. 17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으로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 재건축 아파트값은 3.3㎡당 4012만원을 기록했다. 역대 최고치였던 2006년에 비해 377만원이나 높은 가격이다.

역대 최고 가격에도 인기는 여전하다. 최근 서초구 잠원동 ‘아크로 리버뷰’는 3.3㎡당 평균 분양가가 4193만원에 책정됐으나 306.6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강동구 ‘고덕 그라시움’은 1621가구 모집에 총 3만6000여명이 접수했다. 저금리에 갈 곳 없는 돈이 재건축 시장으로 몰린 탓이다.

분양권 확보 경쟁도 치열하다. 최근 분양권 전매 제한이 풀린 서울 강남구 래미안 블레스티지(개포주공 2단지 재건축)에는 최대 2억원 이상 웃돈이 붙었다. 지난 13일 당첨자를 발표한 고덕 그라시움 인근 공인중개업소에도 당첨 당일부터 웃돈을 주고 사겠다는 문의가 이어졌다.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10월 넷째 주 이후 연말까지 전국에 3만 가구에 달하는 재개발·재건축 물량이 쏟아질 전망이다. 내년 말 초과이익환수제 일몰 이전에 사업을 끝내려는 분위기 때문에 서울의 재건축 시장 열기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인기는 서울 강남 인근과 수도권으로 옮겨붙고 있다. 수도권의 경우 지난 1∼9월 주택가격이 지난해에 비해 0.75% 올랐다. 지난 13일 경기도 아파트값은 주간 기준 0.08% 오르면서 지난해 11월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반면 지방은 전반적으로 하락세를 타는 분위기다. 혁신도시 및 세종시 개발, KTX 개통 등 각종 호재로 지난 8년간 이미 공급 과잉 현상이 발생해 미분양이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부산과 세종시를 제외한 대부분 지방에선 청약경쟁률이 지난해보다 떨어지고 있다. 지난달 충북 진천에서 분양한 한 아파트에는 1순위에서 단 한 명도 접수하지 않았다. 지난 4월 제천에서 분양에 나섰던 건설사 역시 한 명의 청약도 받지 못했다. 불패신화를 이어가는 서울 강남을 포함해 꾸준히 수요가 존재하는 서울과는 크게 다른 풍경이다.

서울과 지방의 양극화 이외에도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역전세난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집주인이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는 역전세난은 주택 공급 과잉 시 벌어지는 현상이다. 2007년 분양가 상한제 시행을 앞두고 건설업계가 밀어내기 분양을 한 결과 2년 후 수도권에 입주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역전세난 현상이 불거졌다.

현재 상황도 7년 전과 비슷하다. 수도권의 경우 월평균 입주·입주예정 물량은 1만2000가구 선이었지만 2017년 8월에는 2만6000가구, 같은 해 12월에는 3만4000가구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매년 공급 물량이 급증하는 추세다. 실제로 지난 7월 기준 전국 시·군·구 가운데 미분양 물량이 가장 많은 곳은 경기도 용인이었다. 생산가능인구가 올해 정점을 찍은 뒤 내년부터 감소하는 탓에 수요 감소로 수도권의 역전세난은 더 심해질 전망이다. 지방도 비슷하다. 대구 등 지방 도시의 경우에도 벌써부터 가격 하락세가 완연하다. 반면 서울은 입주대란이 예상되는 내년과 내후년 공급 물량이 지난 6년 평균치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서울은 청약 인기가 높은 재건축·재개발 분양 물량이 다수 예정돼 있어 청약 경쟁률 등 인기가 더욱 높아질 수 있다”며 “그러나 지방을 중심으로 미분양 단지가 속출하는 등 분양시장의 양극화가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글=박세환 허경구 기자 foryou@kmib.co.kr, 사진=김지훈 기자, 그래픽=공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