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부동산 ‘국지 광풍’ 정부, 대책 딜레마

입력 2016-10-18 04:04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불어닥친 수도권 집값 폭등 현상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정부가 가계부채를 잡기 위해 낸 8·25대책 이후 지난달에만 서울 아파트값이 1.21% 치솟았다.

정부가 투기 과열을 막기 위한 명확한 시그널(신호)을 시장에 주지 않다가 시기를 놓쳤다는 지적이다. 뒤늦게 수도권 전매제한 연장 등 임시방편 조치를 검토하고 있지만 “과열은 강남 지역의 문제”라며 근본 해결책 마련에는 미적거리고 있다. 투기과열지구를 지정할 경우 부동산 시장이 한순간에 냉각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와 정부의 고심이 커지고 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7일 서울 강남 지역을 투기과열지구로 설정해야 하지 않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런 것을 포함해 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면서도 “아직 결론 난 것은 아니다”라고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찬우 기재부 차관보는 기자간담회에서 “(과열이) 전국으로 확산되면 조치해야겠지만 현재 상황은 더 점검해봐야 한다”며 “서지컬(외과수술 방식)한 맞춤형 대책을 고민 중인데, 지금은 지켜봐야 한다”고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 관계자도 “투기과열지구 지정은 아직 적절한 카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부는 최근 강남권과 다른 지역의 집값 상승률 차이를 들며 과열은 강남의 문제라고 선을 긋고 있다. 지난 7일 기준 강남 아파트 가격은 3.3㎡당 처음 4000만원대에 진입했다. 지난주 서울 아파트 가격은 0.30% 상승했는데, 전국은 0.16%에 그쳤고, 대구·충북 지역은 오히려 하락했다.

문제는 투기 수요가 비강남권과 수도권 지역으로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10일 기준 강북에서는 노원구, 동작구 등의 집값 상승률이 1주일 전보다 올랐다. 정부가 손놓고 있다가 수도권 전체로 번지는 과열을 키울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공급 축소가 골자였던 8·25대책이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줬다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 전문가는 “정책이 시장에 공급이 줄어들 것이라는 조바심을 들게 한 것은 맞다”며 “잘못된 신호를 고치기 위한 노력이 부족했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8·25대책의 효과가 중장기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하지만 당장 분양 물량이 줄지 않는 것도 부담이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올해 분양예정 물량은 49만1000가구 수준으로 기존 예정치였던 45만 가구보다 증가했다. 하나금융투자 채상욱 연구원은 “부동산 가격이 뛰니까 분양이 잘될 거라고 생각해 물량이 늘어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등 강력한 규제 부활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반면 이런 정책이 부동산 시장을 냉각시킬 수 있어 우선 미시적인 정책 접근이 필요하다는 반박도 있다.

글=나성원 기자, 세종=서윤경 기자 naa@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