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폭스바겐’… BMW, 왕좌 탈환… 벤츠, 맹추격
입력 2016-10-18 21:05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사태로 된서리를 맞은 수입차 시장엔 어떤 변화가 일어났을까. 보통 이맘때면 순위가 가려졌지만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폭스바겐이 한동안 쥐고 있던 수입차 판매 1위 자리를 BMW가 탈환했고 그 뒤를 메르세데스-벤츠가 추격하고 있다.
한국수입차협회 집계를 보면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가장 많이 팔린 수입차는 BMW 520d(4481대)다. 2014년과 지난해 2년 연속 1위를 했던 폭스바겐 티구안 2.0 TDI 블루모션은 4301대에 그치며 2위로 밀려났다. 520d가 이 순위를 연말까지 지켜낸다면 2013년 이후 3년 만에 1위를 되찾게 된다.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 독보적 인기를 누려온 폭스바겐 티구안은 지난 8월 환경부로부터 인증 취소를 당해 더 이상 판매량을 늘릴 수 없는 처지다. 아직 180대로 크지 않은 520d와 티구안의 판매 격차는 연말까지 남은 3개월 동안 더욱 벌어질 수밖에 없다. 티구안이 어디까지 밀려날지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순위가 지금보다 더욱 떨어질 것이란 예측이 가능하다.
3위는 4000대 팔린 하이브리드 세단인 렉서스 ES300h다. 일본차로는 유일하게 10위권에 들었다. 렉서스는 이달 한 달간 ES300h 구매 고객에게 월 납입금을 최소화해주는 특별금융 혜택 등을 제공하며 판매량을 올리려는 모습이다. 하지만 국내 수입차 소비자가 일본차보다는 독일차를 선호한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1위 자리까지 넘보기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폭스바겐 고객은 일본차보다는 다른 독일차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이런 점에서 주목을 받은 모델이 현재 3851대로 4위인 메르세데스-벤츠 E300이다. 지난 6월 신차가 출시된 E300의 판매량 증가는 공격적이다. 지난 7∼9월 3개월간 월 평균 1051대가 팔렸다. 올해 누적 판매량의 대부분이 이 시기에 팔렸다는 얘기다. 같은 기간 520d의 월 평균 판매량은 498대로 E300의 절반이 안 된다. 이 추세가 계속되면 E300은 7019대가 팔린 2011년 이후 5년 만에 수입차 1위 자리에 오르게 된다.
다른 메르세데스-벤츠 모델 중에서는 E220 블루텍(3238대)이 포드 익스플로러 2.3(3305대)에 이어 6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E220 블루텍은 지난 3월에만 1526대가 팔리며 수입차 시장에서 월 판매량 1위를 기록했다. 폭스바겐 골프 2.0 TDI(1508대)와 티구안 2.0 TDI 블루모션(930대)을 2, 3위로 몰아냈다. 티구안과 함께 판매 중지를 당한 골프는 지난달까지 3093대로 8위에 머물렀다.
7위는 BMW 320d(3216대)가 차지했다. 320d는 최근 연료 호스 결함으로 화재 가능성이 있다는 정부의 조사 결과가 나온 만큼 판매 증가에 속도가 붙기는 어려워 보인다.
나머지 9위는 인증 취소로 판매가 불가능해진 아우디 A6 35 TDI(2942대), 10위는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스포츠 TD4(2790대)였다.
글=강창욱 기자 kcw@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