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테마가 된 노년의 삶과 고독

입력 2016-10-18 20:59
노년의 고독사 문제를 코미디로 풀어낸 연극 ‘고모를 찾습니다’의 한 장면. 예술의전당 제공

주변 사람들과 단절된 채 혼자 살다가 아무도 모르게 홀로 죽는 고독사만큼 두렵고 쓸쓸한 것이 있을까.

예술의전당이 제작하는 연극 ‘고모를 찾습니다’(11월 22일∼12월 11일 자유소극장)는 고독과 죽음을 테마로 한 작품이다. 하지만 이 작품을 쓴 캐나다의 유명 극작가 모리스 패니치는 관객을 위로하는 따뜻한 블랙코미디로 풀어냈다.

주인공 켐프는 한마디로 인생 낙오자다. 가족도 없고 친구도 없는 그는 하루하루를 쓸쓸히 살아간다. 어느날 30년간 연락이 없던 고모 그레이스로부터 곧 세상을 뜰 것 같다는 편지가 오자 유산을 받기 위해 회사를 그만두고 고모에게 간다. 하지만 고모는 그에게 화가 났는지 한마디 말도 하지 않는다. 그리고 고모를 돌보는 일은 켐프의 예상과 달리 점점 길어진다.

그러던 어느날 경찰의 방문으로 앞집 노부인이 죽은 지 1년 가까이 되어 미라로 발견된 것을 알게 된다. 죽은 노부인이 바로 진짜 고모였던 것이다. 진실이 밝혀진 후 고모가 그동안 말이 없었던 이유를 알게되는 한편 두 사람의 관계 역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게 된다.

올해 국내 연극 무대에서 노년의 삶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노부부의 사랑을 그린 ‘사랑별곡’(장윤진 작·구태환 연출)이나 ‘웃어요 덕구씨’(김태수 작·김학재 연출) 같은 작품도 있었지만 중요한 테마는 치매였다. 그동안 국내 연극계에서 치매를 다룬 작품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올해는 유난히 두드러진 편이다. ‘장수상회’(이연우 작·안경모 연출), ‘아버지’(플로리앙 젤레르 작·박정희 연출), ‘밥’(김나영 작·문삼화 연출), ‘첫사랑이 돌아온다’(윤대성 작·이윤택 연출), ‘오거리 사진관’(한윤섭 작·연출) 등이 치매를 다뤘다.

특히 국립극단의 ‘아버지’는 이미 프랑스, 영국, 미국 등 해외에서 호평받은 수작으로 치매에 걸린 아버지가 기억이 소멸되는 과정을 집요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국내 공연 역시 원로배우 박근형의 명연기가 곁들여져 대단한 호평을 얻는 한편 치매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

사실 치매는 고령화 사회를 지나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한국에서 낯선 일이 아니다. 그러나 연극 팬이 워낙 젊은 층에 집중되어 있다보니 그동안 치매 이야기가 불편하다는 이유로 많이 다루지 않았던 경향이 있다. 하지만 치매 환자가 늘면서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된 것으로 보인다.

김윤철 국립극단 예술감독은 “치매를 다룬 연극이 늘어나는 것은 비단 한국만이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공통된 현상이다. 치매로 인해 자기 자신과 가정이 파괴되어 가는 문제는 누구에게나 중요할 수 밖에 없다”면서 “치매를 비롯해 고독사 등 고령화 사회에서 발생할 수 밖에 다양한 사회병리적 문제에 대해 연극계를 비롯해 문화예술계가 집중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