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화재사고 3대 쟁점, “기사, 먼저 탈출” “승객 먼저 내보내”
입력 2016-10-18 00:09
울산 경부고속도로 관광버스 운전자 이모(48)씨의 사고 이후에 대한 행적이 여러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참사 직후 가장 먼저 탈출했다는 진술이 나오는가 하면 다른 승객의 탈출도 돕지 않았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는 것이다. 과실 여부에 따라 형사상 책임 소재가 가려지기 때문에 논란은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형법 18조에 따르면 위험 발생을 방지할 의무가 있는 버스 기사는 사고 상황에서 승객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보증인적 지위’를 지며, 이를 어기면 발생한 결과에 의해 처벌받는다.
지난 15일 구속된 이씨에 대한 쟁점은 대략 3가지다. 우선 사고 직후 이씨가 가장 먼저 탈출했느냐 여부다.
16일 일부 언론에서 “여행 가이드와 생존자들의 진술을 통해 운전기사가 불붙은 차에서 가장 먼저 탈출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일부 생존자도 “운전기사가 소화기로 창문을 깨고 제일 먼저 나갔다”고 진술했다고 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일부 언론에서 이씨가 먼저 탈출했다는 보도가 나왔는데 이씨는 경찰조사에서 ‘사고 후 승객을 내보내고 더는 나가지 않아 나도 탈출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또 동승했던 가이드도 경찰 조사에서 “버스 기사가 차내에 비치돼 있던 소화기로 운전석 뒤 창문을 깨고 승객들을 탈출시키고 나서 탈출했다”고 말해 이씨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경찰은 이씨가 승객 중 일부를 탈출시켰으나 더 나오지 않자 자신도 빠져나온 것으로 일단 추정하고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생존자들을 상대로 진술을 더 들어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확인이 더 필요하고 아직 조사가 끝나지 않은 상황으로 잘못된 사실이 알려져 당황스럽다”고 밝혔다.
두 번째 쟁점은 이씨가 다른 승객의 탈출을 도왔느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일부 생존자는 “운전기사는 차량을 빠져나간 뒤에도 적극적으로 구호 활동을 하지 않고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운전자 이씨는 “창문을 깨 빠져나온 뒤 ‘이쪽으로 탈출하라’고 고함쳤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양측의 주장이 상반되자 경찰은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생존자들의 심신이 안정되면 이씨가 탈출한 뒤 버스 안에 남아 있던 승객들을 구조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등을 추가 조사할 방침이다.
마지막으로 타이어 펑크가 실제로 발생했느냐 여부다.
이씨는 사고 직후에는 오른쪽 앞 타이어 펑크 탓에 차가 2차로로 쏠리면서 화재가 났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씨는 16일 경찰조사에서 초기 진술을 번복하고 “울산으로 진입하려고 차선변경을 하려 했다”며 자신의 과실 일부를 인정했다.
경찰은 사고버스의 블랙박스 영상이 불에 모두 탄 상태여서 사고 당시 주변 차량의 CCTV를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또 당시 끼어들기 과정에서 실제로 타이어 펑크가 발생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타이어 파편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식 의뢰한 상태다.
울산=조원일 기자 wc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