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작가 겸 연출가 장우재(45)는 최근 3년간 연극계의 주요 상을 휩쓸었다. ‘여기가 집이다’(2013) ‘환도열차’(2014) ‘미국 아버지’(2014) ‘햇빛샤워’(2015) 등 그의 작품은 매번 화제를 모았다. 그가 올해 LG아트센터와 함께 신작 ‘불역쾌재’를 26일부터 선보인다.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라는 뜻의 연극 ‘불역쾌재’는 왕의 두 스승인 ‘기지’와 ‘경숙’이 금강산으로 떠나는 여정을 그렸다. 두 사람은 정치적 스캔들에 휘말려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 됐다. 권력 실세들의 압력으로 한 사람만 선택해야 하는 왕은 여행 중 서로를 비방하는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했다. 그동안 전작에서 우리 사회를 냉정하게 묘사했던 장우재는 이번에 한층 여유로운 태도로 한 편의 우화를 들려준다.
17일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에서 만난 장우재는 “조선시대 문인 성현의 기행문 ‘관동만유’에서 모티브를 얻었다”며 “최근 작품들이 많이 어두웠는데, 내 자신이 리프레시하고 싶었던 것 같다. 어두운 세상을 뒤집어서 밝게 보려는 마음을 관객에게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1994년 연극 ‘지상으로부터 20미터’(연출 김광보)로 데뷔한 그는 2003년 극단 이와삼을 만들고 ‘차력사와 아코디언’ ‘그때 각각’ 등을 선보여 주목받았다. 한동안 영화판에 갔다가 2010년 돌아온 그는 이후 정력적으로 작품을 쓰며 뒤늦은 전성기를 맞았다.
그는 “이번 작품은 기승전결 대신 에피소드별로 툭툭 펼쳐지기 때문에 관객 입장에선 다소 낯설지도 모르겠다”면서 “하지만 두 스승의 기묘한 여정이 한 편의 시처럼 또는 풍경화처럼 펼쳐지는 것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진맛’을 느끼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은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했지만 지금의 우리 사회와 묘하게 겹쳐 보인다. 서로를 이겨야만 살 수 있는 두 스승과 한 명을 선택해야 하는 왕은 가치가 양분화된 요즘 사회에서 하나의 선택을 강요받는 우리 자신과 닮아 있다. 그는 “우리를 난감하게 만드는 수많은 질문들을 보다 여유롭게 바라보자는 의도를 담았다”고 말한다.
이번에 그는 처음으로 1000석짜리 대극장에서 연출을 하게 됐다. 중소 규모 극장과 달리 스펙터클한 부분도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 그는 “대극장이라 작품에서 의도한 거리감이 자연스럽게 생긴다”면서 “기본적으로 나는 대극장 무대를 채워서 관객을 밀어붙이는 스타일의 연출가가 아니다. 게다가 이번 작품이 우화라는 점에서 이야기 자체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연출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한편 이 작품에는 두 스승 역의 원로배우 이호재와 오영수를 비롯해 이명행 최광일 윤상화 김정민 등이 출연한다. 11월 6일까지.
글=장지영 기자, 사진=이병주 기자
[인터뷰] 신작 연극 ‘불역쾌재’ 선보이는 장우재 “이번 작품, 기승전결 대신 에피소드별 전개”
입력 2016-10-18 18: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