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배화여고 3학년 성수용(18)양은 지갑에 현금이 없음을 확인하고 급히 인근의 현금인출기를 찾았다. 수백 미터 떨어진 곳까지 가서 뽑아온 1만원이 향한 곳은 엔젤만증후군(Angelman Syndrome) 환우를 위한 모금함이었다.
성양은 17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 세워진 ‘기독교사회복지엑스포 2016 디아코니아 코리아’ 특별부스를 둘러보던 중이었다.
“사회복지계열로 대학진학을 준비하고 있는데, 기독교사회복지엑스포에서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을까 해서 왔어요. 엔젤만증후군처럼 평소 몰랐던 분야에서 소외된 이웃을 섬기는 손길을 알게 되서 보람 있네요.”
엔젤만증후군은 15번 염색체 이상으로 인해 발달이 지연되고, 안면이상과 발작, 경련이 나타나는 희귀난치성질환이다. 국내에는 환자 수가 적고 잘 알려져 있지 않아 치료정보 등을 얻기 어렵다. 한국교회봉사단(KD)은 2013년부터 환우와 그 가족들을 초청해 정기모임을 갖고 후원금을 전달하고 있다. 성양은 이날 KD 단원들과 엔젤만증후군 환자들을 위한 팔찌 만들기에도 동참했다.
특별부스에서는 이 밖에도 네팔, 아이티 지진, 세월호 참사 등 국내외 사건사고 현장에서 한국교회가 실천해온 봉사활동이 전시돼 있었다. 네팔 지진피해자 후원 부스를 찾은 김철희(77) 심옥순(72·여)씨 부부는 “네팔에 지진이 발생한지 1년이 훨씬 지났고, 관심도 시들해졌지만 교회는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있는 것 같아 놀랐다”며 후원금 모금에 동참했다. 이 부스에는 네팔과자 시식코너 등도 마련됐다.
외국인 관광객들도 관심을 보였다. 미국에서 온 멜리스 홈즈(47·여)씨는 “기독교는 사랑과 헌신을 실천하는 종교라고 생각한다”며 “기독교인들이 여러 분야에서 소외된 이웃을 돌보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는 사실이 이번 엑스포를 통해 알려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홈즈씨는 한국교회가 지난 130년간 남긴 섬김과 봉사의 흔적을 소개 한 기획전시관을 둘러봤다.
이날 서울광장에는 100여개의 기독교 계열 사회복지 기관·단체들이 천막 부스 설치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이들 부스는 18일부터 20일까지 ‘지역사회개발’ ‘다문화’ ‘소외계층’ ‘북한’ ‘노인’ ‘아동·청소년’ ‘보건의료’ ‘가정·여성’ ‘장애인’ 등 9개영역으로 나뉘어 운영된다. 아가페소망교도소, 독수리기독학교, 연동교회 연동복지재단, 다일공동체, 라이프호프, 기아대책 등이 참여해 주력사업을 소개한다. 같은 기간 서울시청 별관 의원회관과 서울시립미술관 지하에서는 9개 영역 별로 콘퍼런스도 진행된다.
지역사회개발 영역에 참여한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의 팀원 정영롱씨는 “사회가 갈수록 각박해지면서 나눔과 섬김의 당위성 역시 쇠퇴되고 있다”면서 “이번 엑스포가 한국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글·사진=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
[기독교사회복지 EXPO 2016] ‘엔젤만증후군’ 부스 찾은 여고생 “이웃 섬김 알게돼 보람”
입력 2016-10-17 2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