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가을밤 한강변은 꽤나 쌀쌀했다. 배우 지창욱(29)은 걱정스러운 듯 묻고 또 물었다. “여러분 춥지 않아요? 괜찮나요?” 지칠 줄 모르는 그의 다정함에 추위마저 녹아내렸다.
두둥실 보름달이 구름에 드리운 지난 15일 서울 마포구 난지 한강공원 잔디마당. 팬들을 마주한 지창욱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1년3개월 만에 열린 국내 팬미팅이었다. 한국은 물론 중국·일본 등 아시아 전역에서 2000여명이 몰렸다. ‘힐러’(KBS2·2014) 이후 탄력을 받은 한류 인기를 실감케 했다.
지창욱은 요즘 안방 여심(女心)을 뒤흔들고 있다. tvN 금토드라마 ‘더 케이투(The K2)’에서 전쟁 용병 출신 특수 경호원 김제하 역을 맡아 열연 중이다. 동물적인 감각과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무술 실력을 갖춘 인물이라 액션신이 많다. 몸을 사리지 않는 그의 연기 덕분에 매회 보는 이의 혼을 쏙 빼놓는 명장면이 탄생한다.
‘더 케이투’ 촬영으로 바쁜 와중에 뮤지컬 ‘그날들’ 공연까지 겹쳤다. 1분1초의 휴식이 아쉬운 상황이다. 그럼에도 “팬들과 더 가까이 소통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이번 팬미팅을 마련했다. 지창욱은 “요즘 정말 바쁘게 지내고 있다. 너무 피곤한 상태다. 그런데 오늘 이 자리가 큰 활력이 됐다”고 했다.
‘3D’라는 타이틀을 내건 행사는 ‘기쁘고(Delight), 맛있고(Delicious), 역동적으로(Dynamic) 즐기자’는 취지로 진행됐다. 일반 팬미팅과 달리 ‘치맥’(치킨+맥주) 파티가 열렸다. 미성년자를 위해선 콜라가 준비됐다. 쉴 새 없이 팬들을 챙기는 지창욱의 세심한 진행으로 축제 분위기는 무르익었다.
역대급 팬서비스가 이어졌다. Q&A 코너를 통해 크고 작은 궁금증들을 속 시원히 풀어줬다. 공연장 곳곳을 누비며 팬들과 셀카를 찍기도 했다. 깜짝 노래 선물도 선사했다. ‘성정’ ‘널 생각해’ ‘나비에게’ ‘사랑했지만’ ‘그대와 영원히’ ‘지켜줄게’ 등 6곡을 직접 불렀다.
메인이벤트는 팬들과 함께 ‘더 케이투’ 시청하기. 이날 방송된 8회를 스크린에 띄우고 실시간으로 ‘본방사수’했다. “이렇게 보려니 기분이 되게 이상하다”며 머쓱해하던 지창욱은 본인 등장 장면이 나올 때마다 재치 있는 해설을 곁들였다. 극 중 임윤아(고안나 역)와의 입맞춤 회상신에서는 “키스신이 아니라 인공호흡신”이라고 극구 해명하기도 했다.
아쉬운 작별을 고할 시간, 지창욱은 따스한 인사말을 전했다. “그런 생각을 했어요. 어떻게 하면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라면 그럴 수 있지 않을까요. 제가 여러분께 조금이라도 그런 행복이 되었으면 합니다.” 귀갓길 팬들의 표정을 보니 그의 바람은 이미 이루어진 듯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요즘 대세남 지창욱, 셀카 찍고 깜짝 노래… 축제의 장 만들다
입력 2016-10-18 18:40 수정 2016-10-18 2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