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샘물교회 성도-탈레반 죄수 맞교환 불가”

입력 2016-10-17 21:19 수정 2016-10-19 16:30
아프가니스탄 피랍 사건이 발생한 2007년 7월말 당시 조중표 외교부 1차관이 경기도 분당 샘물교회에 마련된 아프간 피랍자 가족모임 사무실 앞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국민일보DB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이 최근 출간한 회고록 ‘빙하는 움직인다’(창비)에 2007년 발생한 아프가니스탄 한국인 피랍사건 당시 급박했던 상황이 잘 드러나 있다.

아프간 피랍사건은 아프간에 봉사·선교 활동을 떠난 분당 샘물교회 소속 23명의 봉사단원들이 2007년 7월 19일 수도 카불에서 칸다하르로 이동하는 도중 탈레반 테러 조직에 피랍돼 배형규 목사와 심성민씨 등 2명이 희생된 사건이다.

송 전 장관은 ‘아프간 인질사건’이라는 제목으로 총 8페이지에 걸쳐 드러난 당시 상황을 기술했다. 사건 발생 직후부터 정부가 미국과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등 여러 나라들과 다각적 채널을 가동하며 인질 구출을 위해 동분서주했던 긴박함이 그려지고 있다.

송 전 장관은 “탈레반 조직은 처음에 인질의 몸값보다는 아프간 정부가 구금하고 있는 탈레반 죄수와의 교환을 요구했다”면서 “인질 석방을 위해서는 아프간의 치안을 맡고 있는 국가안보지원군의 도움이 필요했는데, 그 사령관이 미군 장성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인질과 포로의 교환 방식으로는 결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면서 단호하게 거부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라이스 장관과의 통화에서 “네다섯 번에 걸쳐 ‘Please!(플리즈)’라며 도움을 간청했다”고 덧붙였다.

송 전 장관은 사건 발생 열흘 쯤 지나서 이바셴초프 주한 러시아 대사가 ‘사건 해결에 도움을 주겠다’는 푸틴 대통령의 메시지를 노무현 대통령에게 전달한 일도 언급했다. 이 과정에서 송 전 장관은 “건강상태가 위독한 여성 인질 3명의 우선 석방을 위해 러시아 측에 역할을 요청했다”면서 “그런데 8월 13일 여성 인질 2명(김경자·김지나)이 석방되자, 러시아는 ‘우리의 손이 작용한 것’이라고 알려왔으나 실제로는 현지에 파견된 한국팀의 작업 결과였다”회고했다. 러시아 측에 요청한 3명과 실제 석방된 2명이 다른 인물이었다는 것이었다.

송 전 장관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압둘라 빈 압둘아지즈 국왕을 만난데 이어 ‘한·아랍 소사이어티’ 참여와 인질 석방 지원 요청차 카타르·아부다비·두바이 지도자들을 만나러 두바이로 가던 8월 28일 ‘인질 전원석방’ 소식을 들었다고 밝혔다.

내년이면 사건 발생 10년을 맞는 아프간 피랍사건은 한국 교회에 크고 작은 변화를 가져왔다. 해외 선교 안전성에 대해 면밀하게 점검하는 계기를 만들어줬고, 2010년에는 해외 파송 선교사 등의 위기 대처 방안 등을 제공하는 한국위기관리재단이 교계를 중심으로 꾸려지기도 했다. 샘물교회는 2012년 피랍 희생자들의 순교 정신을 기리기 위해 교회 1층에 ‘샘물교회 순교자 기념관’을 건립했다.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