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눈에 띄는 초선이 안보이네”… 새누리 국감 한숨
입력 2016-10-18 04:06
20대 국회의 첫 국정감사가 마무리 단계에서 접어들면서 새누리당 내부에서 한숨소리가 들린다. “눈에 띄는 초선 의원들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 4·13총선에서 당선된 새누리당의 초선 의원은 모두 46명. 이들에게 이번 국감은 데뷔전이었다. 하지만 정치 신인다운 패기와 투지, 신선함을 갖춘 초선 의원을 찾기 힘들다는 게 새누리당의 고민이다. 4·13총선 당시 공천의 폐해가 지금까지도 새누리당에 엄청난 악영향을 끼친다는 지적에 공감하는 새누리당 의원들이 많다.
한 중진의원은 17일 “남의 떡이 커 보이는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더불어민주당에는 표창원 조응천 금태섭 백혜련 박주민 김해영 의원 등 전투력과 능력, 인지도를 겸비한 스타 초선 의원들이 많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이어 “더민주 초선 의원들이 국감에서 깜짝 놀랄 만한 폭로를 할 때 여당 의원 입장에서 아프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대견하다는 생각까지 든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 1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감에서 금태섭 의원이 김정주 NXC 회장 부친과 김주현 대검찰청 차장검사 간 집거래 의혹을 최초로 제기한 것이었다.
야당 초선 의원들이 박근혜정부와 여당 공격에 몸을 사리지 않는 것을 그저 부러운 눈으로 지켜만 보는 것이 새누리당의 현실이다. 한 수도권 의원은 “지금 새누리당 초선 의원들과 내년 대선을 치를 생각을 하니 앞이 깜깜하다”고 혹평했다.
새누리당에서는 아직도 재선 이상 의원들이 궂은 일을 한다는 내부 비판 여론이 높다. 정세균 국회의장과 새누리당이 충돌했을 때도 재선 의원들이 정 의장의 공관을 찾아 항의하기도 했다.
한 재선 의원은 “초선 의원들이 당의 일에 팔짱을 낀 채 자기 이미지만 관리하는 모습을 볼 때면 화가 나기도 한다”면서 “새누리당 입장에서 식물국회보다 식물 초선 의원이 더 큰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각자의 전문성을 인정받아 국회의원 배지를 단 비례대표 초선들을 향해서도 “당을 위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불만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초선 의원들도 할 말이 없진 않다. 또 이들이 전문성을 발휘하지 못하고 기를 못 펴는 것도 새누리당의 고질적 문제 때문이라는 반박도 만만치 않다.
한 초선 의원은 “보수 정당의 특성상 튀는 것보다 안정감을 주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른 초선 의원은 “친박(친박근혜) 비박(비박근혜)으로 갈라진 당내 상황에서 말 한마디 하는 것도 조심스럽다”고 털어놓았다.
공천 과정에서 경선 비중이 높아지는데 초선 의원들이 당의 일보다 지역구에 더 신경 쓰는 것은 당연한 행동이라는 옹호론도 나온다. 과거처럼 지도부가 시키는 대로 여야 투쟁에 초선 의원들을 앞장세우는 것도 구태라는 반론도 있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