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병제·병역세·핵무장론… 與 ‘안보 어젠다’ 빛과 그림자
입력 2016-10-18 00:04
여권에서 최근 ‘병역세’ ‘모병제’ ‘핵무장론’ 등 안보 관련 이슈들이 계속해서 터져 나오고 있다. 여권의 강점으로 꼽히는 안보 분야에서 차별화되는 어젠다를 제시함으로써 인지도를 높이겠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자칫 피상적인 구호에만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새누리당 소속인 김영우 국회 국방위원장은 지난 14일 국방위 국정감사 도중 병역 면제자에게 ‘병역세(稅)’를 부과하자고 제안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 사회는 병역 의무를 다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간의 갈등으로 홍역을 치러 왔다”면서 “병역세를 통한 재원을 안보평화재원으로 사드(THAAD) 포대나 군 비행장 등 군 시설 밀집지역 지원과 현역병 복지사업에 쓴다면 지역적·사회적 갈등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의 병역세 제안에 앞서 여권의 잠재적 대권 후보 중 하나로 거론되는 남경필 경기지사도 지난 8월 말 ‘모병제’ 개념을 제안했다. 원내대표를 지냈던 원유철 의원도 지난 12일 자신이 주도하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새누리당 의원 모임’(일명 핵포럼) 세미나에서 북한의 추가 핵실험 시 자체 핵무장을 선언하는 ‘한국형 핵무장 프로그램’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이정희 한국외대 교수는 17일 “모병제나 병역세, 핵무장론 등은 이미 학계나 시민사회에서 논의된 바 있는 얘기들”이라면서 “최근 북핵 위협 등으로 안보 이슈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진 만큼 정치권에서도 관련 이슈를 선점하려는 의도가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2014년 2월 헌법재판소가 남성에게만 병역 의무를 지게 한 병역법 규정을 합헌 결정한 직후 남성연대 등의 단체를 중심으로 병역세 논의가 이뤄지기도 했다. 그러나 여성계 등의 반발이 예상되는 탓에 정치권에서 공론화하지는 않았다. 모병제 또한 과거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정의당 심상정 대표 등 야당 정치인들을 중심으로 논의된 바 있다.
이내영 고려대 교수도 “야당에 있어 분배와 복지 관련 어젠다가 지지율을 끌어내기 쉽듯 여당 정치인에게는 안보 어젠다가 지지를 이끌어내기 쉬운 소재”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해당 제안자들이 향후 깊이 있는 논의를 이어가지 못할 경우 자칫 ‘안보’를 ‘자기 이미지 제고’에만 이용한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박원호 서울대 교수는 “일단 묻혀 있던 어젠다를 공론화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토론하자’고만 해서는 그 어젠다를 진지하게 추진해갈 의지가 있는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