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 냉기류… 지자체 “中 행사 어쩌나”

입력 2016-10-17 21:24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사드) 배치와 중국어선의 해경 고속단정 침몰사건 이후 지자체들이 진퇴양난에 빠졌다. 한·중 양국의 갈등 국면이 확대됨에 따라 중국 관련행사를 성대히 개최하기도, 일방적으로 취소하기도 어정쩡하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17일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2016 서울시 중국투자협력주간’ 개막식을 가졌다. 중국 진출 또는 중국자본의 투자유치를 원하는 국내기업을 위한 이번 행사에는 서울지역 문화컨텐츠, IT산업체 등 148개사와 중국 유력 벤처캐피탈 기업 56개사가 참여 중이다. 중국 내 투자정보를 제공하는 ‘한·중투자협력포럼’과 중국자본 유치를 위한 ‘서울기업-중국 투자가 1대 1 상담회’ 등으로 올해 처음 선보인 이 행사는 18일까지 이어진다.

서울시는 개막식에서 양국 간 실질적 경제협력의 본보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한·중 관계의 경색에 따른 어색한 분위기는 감출 수 없었다.

광주시는 22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아시아문화광장에서 ‘2016 중국요리페스티벌’을 개최한다. 행사는 173개팀 473명이 참가하는 중국요리 전문경연대회 등으로 꾸며진다. 시는 대상에 선정된 3개 팀에게 3박4일간의 중국 연수기회를 제공하는 등 푸짐한 포상을 약속했으나 중국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확산돼 대회의 성공여부가 불투명해지자 좌불안석이다.

인천시는 10월 중 개최하려던 중국 전통의상 치파오(旗袍) 패션쇼와 무술 교류행사 등 한·중문화교류를 무기한 연기했다. 시는 한·중 외교문제로 유커 2200여명이 참석할 계획이던 이 행사가 중국 측의 일방적 요청으로 잠정 연기됐다고 밝혔다.

한·중 관계 악화로 지자체가 추진 중인 중국 관광객과 컨벤션·전시회 유치도 타격을 받고 있다.

인천시와 중국 장쑤(江蘇)성 화장품 생산·유통회사인 중국 롱비치그룹은 지난 6월 1년에 1만명씩 3년간 3만명의 ‘기업회의·포상관광단’을 인천으로 파견해 회의와 투어, 쇼핑 등을 한다는 내용의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하지만 롱비치그룹은 중국에서 확산된 반한(反韓) 감정과 양국의 정치적 공방을 의식해 방문단 인원을 줄인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 지난 11일 인천항에 처음 도착한 방문단은 약속한 인원의 4분의 1인 2600명에 불과했다.

제주도 역시 다음 달로 예정된 ‘한·중 마이스(MICE·전시컨벤션)비즈니스포럼’의 중국 측 참여사로부터 방한 행사를 취소하겠다는 통보를 최근 받았다. 중국국제여행사(CITS)는 “포럼을 공동 개최하는 중국 마이스위원회가 방한 계획을 백지화했다”며 한국에 올 수 없다는 의사를 전해왔다.

윤장현 광주시장은 “한국보다는 중국이 지방정부를 강하게 지배하고 입김도 더 세게 불어넣는 것으로 안다”며 “중국 지자체와 적절한 관계를 형성하고 무리없는 연대행사를 갖기 위한 묘수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김재중 기자,

광주·인천·제주=장선욱 정창교

주미령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