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政爭에 발목… ‘규제프리존 특별법’ 올해도 물건너 가나
입력 2016-10-18 00:02
정부가 신성장산업 육성과 지역경제 발전을 목표로 추진한 규제프리존특별법이 표류 중이다. 법안 아이디어가 탄생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국회에서는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이에 올해 국회 통과에 실패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정부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규제프리존특별법은 수도권을 제외한 14개 시·도가 신청한 27개 전략산업에 대해 규제를 풀고 재정과 세제를 함께 지원하자는 내용이 골자다. 정식 명칭은 지역전략산업 육성을 위한 규제프리존의 지정과 운영에 관한 특별법안이다. 특별법에는 일반특례를 비롯해 지역·산업별 특례 등 73개 규제특례가 포함돼 있다. 필수 규제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규제는 해제하는 ‘네거티브 규제’ 방식을 적용해 지역별로 특화된 미래 첨단산업을 육성하겠다는 계획이다.
규제프리존의 개념은 2015년 10월 지역경제 발전방안으로 국민경제자문회의에 처음 보고됐다. 이후 관계 부처 차관급 태스크포스(TF)를 중심으로 중앙·지방정부 간 협의와 지역·권역별 설명회 등을 거쳐 골격이 완성됐다. 이를 바탕으로 여야 의원 13명이 공동 발의한 법안이 지난 3월 국회에 제출됐다. 획기적인 규제 완화에 비수도권 지역은 반색했고, 야당의 반응도 긍정적이었다. 특별법은 19대 국회 임기 내에 무난히 처리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총선 등 각종 정치적 이슈에 논의는 뒷전으로 밀려났고 결국 19대 국회가 끝나면서 법안은 자동 폐기됐다.
지난 5월 규제프리존특별법이 다시 발의됐지만 20대 국회에서도 ‘찬밥’ 신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여야가 각종 현안을 두고 날선 대립을 이어가면서다. 재발의 이후 5개월이 지났고, 이르면 이달 말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상정될 예정이지만 논의에 속도가 붙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비교적 여야 간 이견이 적은 ‘무쟁점 법안’으로 평가되기는 하지만 반대 의견도 여전하다. 일부 시민단체는 의료, 환경 등의 규제 완화로 시민의 생명과 안전, 공공성 침해가 우려된다며 법안 폐기를 주장하고 있다. 특히 병원 내 부대사업 확장, 미허가 의료기기 제조수입, 개인정보 활용 및 환경규제완화 등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상황이다.
법안 논의가 공전하면서 규제프리존특별법의 이름으로 내년 예산이 편성되지도 못했다. 다만 정부는 지역전략산업 예산 3874억원 가운데 2000억원을 예비비로 편성했다.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바로 예비비를 꺼내 규제프리존 사업에 투입하겠다는 우회 전략인 셈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17일 “신성장산업 육성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선 규제프리존 도입이 시급하다”면서도 “올해 내 국회 통과가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얘기도 들린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특별법 내용에 문제가 있다면 여야가 논의해 다른 방향을 찾으면 되는 것”이라며 “현재는 논의조차 진행이 안 되고 있어서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글=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