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재무부가 지난 14일(현지시간) 의회에 제출한 ‘환율정책 보고서’에서 ‘한국 정부는 재정을 통해 돈을 더 풀라’고 권고했다. 독일에도 비슷한 충고를 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최근 “몇몇 국가들은 재정적 여력이 있고 이를 사용해야 한다”며 이 같은 나라로 한국 독일 캐나다를 꼽은 데 이은 것이다. 미 재무부는 보고서에서 “(한국) 재정의 경기부양 정도는 제약돼 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경기를 후퇴시키는 재정충격을 피하기 위해 단기 재정확대를 포함한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올해 추경예산과 내년 예산안에 대해서도 ‘성장에 미치는 효과가 매우 제한적일 것’이라며 비판적으로 평가했다. 환율정책 보고서에서 한 나라의 재정정책 문제를 제기한 것은 이례적이다. 그 배경에는 한국 정부가 재정을 풀어 경기가 살아나면 미국 제품과 서비스를 더 구입할 것이라는 계산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의도를 감안하더라도 미 재무부의 권고는 귀담아들을 만하다. 우리나라의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2012년 국내총생산(GDP)의 1.6%에서 지난해에는 7.7%로 치솟았다. 올 상반기에는 570억 달러로 GDP의 8.3%에 이른다. 이 비율은 주요 20개국(G20) 중 독일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것이다.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이처럼 커진 데는 국제유가 하락 등의 영향도 있지만 내수 위축에 따른 수입 감소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재정건전성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우량 수준이다. 지난해 OECD 평균이 111%인데, 한국은 30%대 후반이다.
미국은 한국이 재정을 통한 내수 부양은 소홀히 한 채 세계 경제가 어려운데도 수출에만 매달리는 정책을 지속하고 있다고 비판한 셈이다. 최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와 유일호 경제부총리 사이에 재정, 통화정책 우선론을 놓고 논쟁이 있었다. 미래에 닥칠 고령화 등의 난제를 고려할 때 지금 재정 상황도 안심할 수 없다는 게 기획재정부의 주장이다. 하지만 주요 기간산업의 위기와 고용대란 조짐, 가계부채 급증에 따른 금리정책 한계 등을 감안할 때 정부는 재정을 보다 확장적, 공격적으로 운용할 필요가 있다. 현 재정 상황은 그 정도의 여력이 있다.
[사설] “재정으로 돈 더 풀라”는 미 재무부의 충고
입력 2016-10-17 18: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