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키워준 은혜를… 8억대 사기로 갚은 양아들

입력 2016-10-17 18:23
인천에 사는 A씨(87·여) 부부는 1967년 집 대문 앞에 버려진 K씨(50)를 입양해 키웠다. 그런데 2007년 남편이 사망하면서 유산 문제로 A씨는 K씨와 갈등을 빚었고, 결국 K씨를 파양(罷養)했다.

K씨 부부는 25억원을 상속받아 A씨와 연락을 끊었지만 3년이 지나지 않아 유흥비와 불법오락실 영업 등으로 모두 탕진했다. K씨 부부는 2011년 A씨를 다시 찾아갔다. 과거 잘못을 뉘우치고 어머니를 열심히 봉양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속셈은 양어머니가 갖고 있던 상속 재산에 있었다.

K씨는 2013년 1월 A씨에게 “3억원만 빌려 달라. 1억원은 2년 안에 갚고, 나머지 2억원에 대해서는 매년 900만원씩 이자를 주겠다”고 거짓말을 해 3억원을 받아냈다. 또 “국가에서 고령자에게 지급하는 연금이 있는데, 어머니 명의 부동산이 있으면 연금을 받을 수 없다”며 A씨 소유의 시가 3억원 상당의 집과 예금 잔액 1억8600만원을 K씨 아내 명의로 넘겨받았다. 부부는 A씨가 금 120돈(3000만원 상당)을 보관 중인 것을 알고는 “이렇게 금을 집에 두면 위험하다. 은행 금고에 넣어두겠다”며 이마저도 가져갔다. 이들은 글을 읽을 줄 모르는 A씨에게 “법원에 낼 서류가 있다. 도장만 찍으면 된다”고 속여 명의이전 서류 등에 서명날인토록 했다.

K씨 부부는 사기 사실을 알게 된 A씨의 고소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고법 형사12부(부장판사 이원형)는 K씨와 아내에게 각각 징역 3년을 선고했다고 17일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K씨를 입양해 양육해준 A씨에게 보은하기는커녕 25억원의 유산을 3년 만에 탕진하고는 A씨에게 모친으로서의 정이 남아있음을 악용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고령의 피해자를 봉양할 것처럼 접근해 상당 기간 8억1600만원의 재산을 빼돌리는 등 죄질이 불량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재판부는 K씨 부부가 A씨에게 집 소유권과 현금 1억2000만원을 되돌려준 점 등을 감안해 1심의 징역 4년형에서 1년을 감형해줬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