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믿음 야구’에 쌍둥이들 가을 신바람

입력 2016-10-17 18:06

가을만 되면 쓸쓸했던 LG 트윈스가 올해는 찬바람이 아닌 신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LG 양상문(사진) 감독이 선보이는 ‘믿음의 야구’ 속에 선수들 응집력은 날이 갈수록 빛을 발하고 있다.

LG는 2003년부터 2012년까지 10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전력을 가지고 있다. 그야말로 지우고 싶은 과거다. 가을 날씨가 쌀쌀해질 때 입는 유광점퍼를 사놓고도 잘 입지 못했던 게 LG팬들의 현실이었다. ‘무적 LG’ ‘신바람 야구’ 등을 표방해왔지만 가을에는 즐거웠던 기억이 거의 없었다. 지난해만 해도 리빌딩 과정을 거치면서 정규리그 9위로 시즌을 마쳤다.

올해는 정말 다르다. LG는 정규리그 4위로 포스트시즌에 올라 팬들에게 야구의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즐거운 야구’는 양 감독이 올 시즌 미디어데이 행사 때 밝힌 목표이기도 하다. 유광점퍼는 온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불티나게 팔렸다. LG 야구팬들은 어느 때보다 열띤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LG 신바람의 중심에는 양 감독의 뚝심이 큰 몫을 했다. 양 감독은 그동안 리빌딩을 주도하면서 성적 부진에도 조금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과감하게 젊은 선수들을 발굴해 지속적으로 경기에 내보냈다. 일부 베테랑 선수들을 왜 투입하지 않느냐는 비난에도 꿋꿋이 자신만의 그림을 그려나갔다.

지도 스타일도 많이 변화했다. 주축 선수들의 평균 연령이 낮아진 만큼 그에 맞게 팀 분위기를 쇄신하는 데 신경을 곤두세웠다. 젊은 선수들은 상대적으로 경험이 부족하다. 때문에 일시적인 성적 부진이나 팀 분위기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양 감독은 실수한 선수들을 꾸짖기 보단, 믿고 중용하는 방법을 택했다. 시간이 조금 걸려도 선수들의 감각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줬다. 경기 중엔 말을 가급적 삼가고, 경기 후에 선수들과 대화를 나눴다.

이런 양 감독의 믿음에 선수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보답을 했다. 정규시즌 동안 부진했던 베테랑 포수 정상호는 포스트시즌에서 LG의 안방마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그의 리드 덕분에 류제국, 헨리 소사 등 투수들은 안정적인 선발 마운드를 구축했다. 1할대 타율에 머물던 정상호는 와일드카드 결정전 승부처에서 안타까지 때려내며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포수 유강남도 마찬가지다. 포스트시즌 내내 기가 눌려있던 그는 양 감독의 격려 속에 준플레이오프 2, 3차전 연속 선발로 포수 마스크를 썼다. 데이비드 허프와의 배터리 호흡은 물론이고 선제 투런포로 승리를 주도했다.

양 감독의 믿음은 LG 선수 전원에게 힘을 북돋아주고 있다. 최근 양 감독이 더그아웃에서 가장 많이 내뱉은 말은 “믿는다”였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수비실책을 저지른 오지환이나 타격 침체기에 빠진 루이스 히메네스에게도 “그동안 못 친 걸 몰아서 칠 때가 올 것”이라며 꾸준히 출장 기회를 주고 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