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서 물 새는 슈틸리케호… 팬들은 불안하다

입력 2016-10-17 18:02

울리 슈틸리케(62·독일·사진)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은 스페인에 1대 6으로 대패한 지난 6월 2일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레드불아레나에서 “이렇게 큰 차이가 있을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앞서 16경기 연속 무패와 10경기 연속 무실점으로 자신만만했던 슈틸리케호의 민낯이 드러난 순간이었다. 그때부터 모든 것이 뒤집어졌다.

손흥민(24·토트넘 홋스퍼) 석현준(25·트라브존스포르) 등 아시아 최정상급 공격수들을 보유하고도 다양하게 활용하지 못한 전술의 부재. 파격과 실험으로 포장했지만 주전조차 확정하지 못한 수비의 공백. 2014년 9월 출범한 슈틸리케호는 어느 한 곳을 지목할 수 없을 만큼 곳곳에서 물이 새고 있었다.

2015 호주아시안컵 준우승과 중국동아시안컵 우승은 모두 아시아의 ‘좁은 물’ 안에서 이룩한 성과들이었다. 약체들만 골라 싸워 올린 전과에 심취한 나머지 매너리즘에 빠진 줄도 몰랐다.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전반부의 졸전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한국은 반환점 통과를 앞둔 지금까지 2승1무1패(승점 7)로 A조 3위다. 다음달 1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우즈베키스탄과의 5차전 홈경기에서 반환점을 통과한다. 이 경기에서 승리해야 2위에서 후반부로 돌입할 수 있다. 비기거나 지면 플레이오프를 통해 본선 진출권을 확보해야 하는 3위, 또는 그 밖으로 밀릴 수 있다.

월드컵 본선 진출길이 험난했던 시기는 과거에도 있었다. 한국은 1993년 10월 28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아시아 예선 최종전에서 1994 미국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했다. 자력 진출은 아니었다. 일본이 경기종료를 10초 남기고 이라크에 동점골을 허용해 본선 진출권의 주인이 한국으로 바뀌었다. 우리에게 ‘도하의 기적’으로 기억되는 경기다. 그때를 제외하고 1986 멕시코 대회부터 2014 브라질 대회까지 28년 동안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달성하는 과정은 험난하지 않았다.

한국축구는 24년 만에 불안감을 경험하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이 선수를 탓하고 여론과 대적하면서 불안감은 더 커졌다. 대한축구협회 역시 위기의식을 갖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17일 “기술위원회가 지난 14일 회의에서 슈틸리케 감독과의 공동운명체로서 대표팀에 대한 책임의식을 갖고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자고 결의했다”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