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개국, 지구 온난화 주범 HFC 단계적 감축 합의… 한국, 냉동공조기 수출 경쟁 ‘직격탄’

입력 2016-10-17 00:01
전 세계 197개국이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온실가스 수소불화탄소(HFC) 사용을 단계적으로 감축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우리나라도 2024년부터 감축에 들어가야 해 냉동공조기기 수출 경쟁력도 타격받을 전망이다.

로이터 통신은 15일(현지시간) 르완다 키갈리에서 열린 몬트리올 의정서 당사국 제28차 회의에 참석한 197개국 대표가 HFC의 단계적 감축 방안에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에어컨과 냉장고 냉매로 쓰이는 HFC는 오존층 파괴 물질인 프레온가스(CFC)의 대체물질로 1980년 도입됐지만 신흥국의 성장으로 사용량이 늘면서 위험성이 고조됐다. 이번 합의는 대기중 이산화탄소 양을 700억t이나 줄이는 효과를 줄 것으로 예상된다. 냉매는 저온의 물체에서 열을 빼앗아 고온의 물체에 열을 운반해주는 매체이며 물과 이산화탄소 등의 자연냉매를 거쳐 CFC(염화불화탄소), HCFC(수소염화불화탄소), HFC 순으로 발전해 왔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은 2019년부터 HFC 감축에 들어간다. 2019년에 2011∼2013년 사용량의 10%를, 2036년까지 85%를 감축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탄소배출 세계 1위인 중국을 포함해 한국 등 100여개 개발도상국 그룹은 2024년 감축에 들어가 2029년까지 2020∼2022년 수준의 10%를, 2045년까지 80%를 줄이기로 했다.

이 같은 흐름에 맞춰 국내 업계뿐 아니라 정부도 친환경 냉매 개발을 위한 투자를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냉매시장 수준은 선진국에 비해 뒤처지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선 HCFC·HFC 계열 냉매가 전체 냉매량의 9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은 세계 5위의 냉동공조기기 생산국으로, 시장 규모는 약 9조원에 이른다. 국내 생산품의 절반 이상을 수출하는 상황이다. 냉매만 떼놓고 보면 국내 냉매시장 규모는 1500억원으로 추정된다. 9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HFC 규제로 냉매시장이 뿌리째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HFC 계열 냉매를 다른 물질로 대체할 경우 수입 의존도가 더 높아지고, 국내 냉동공조기기 제품과의 호환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HFC 규제 이후 일부 대기업은 새로운 대체물질을 개발할 수 있겠지만, 업계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중소 냉동공조 업체들은 수출 등에서 피해를 볼 것”이라며 “정부 차원의 새로운 냉매 개발 지원이 절실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미나 박세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