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송민순 회고록’ 진실게임 공방 ‘제2 NLL 대화록 파문’으로 번진다

입력 2016-10-17 00:16

노무현정부의 2007년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기권 과정을 둘러싼 진위 공방이 ‘제2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대화록 파문’으로 비화할 조짐이다. 대선을 1년여 앞둔 시점에서 과거 남북관계 문제를 끄집어낸 데다 유력 대권 주자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를 겨냥하고 있어서다.

논란의 핵심은 노무현정부가 11월 20일(현지시간) 유엔총회 표결에 앞서 북한에 의견을 물었는지 여부다. 송민순(사진) 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최근 출간한 회고록에서 “북한의 의견이 반영된 결과였다”고 주장했다. 김만복 당시 국정원장의 제안으로 청와대 비서실장이었던 문 전 대표가 북한 의견을 확인해보자는 결론을 내렸고, 북측이 ‘찬성은 정당화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보내왔다는 것이다.

16일 더민주와 문 전 대표 측 인사들이 회고록 내용을 적극 반박하면서 진실 공방이 가열됐다. 노무현정부 때 연설기록비서관을 지낸 김경수 의원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11월 15일 안보정책조정회의에서 논의한 결과를 대통령에게 보고했고 이를 토대로 16일 대통령 주재 회의 때 이미 기권하기로 결정됐다”고 밝혔다. 이어 “18일 결정사항을 북한에 ‘통보’한 것”이라고 했다. 표결에 앞서 북한과 대화한 건 맞지만 사전 문의가 아니라 결정 후 통보였다는 얘기다.

이재정 당시 통일부 장관은 서울 여의도 한 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나 유엔총회 표결 전날 노 전 대통령이 백종천 통일안보외교정책실장으로부터 북한의 입장을 전달받았다는 주장에 대해 “통상적인 북한 동향 보고였을 것으로 짐작한다”고 했다. 회고록엔 백 실장이 북측 메시지가 담긴 ‘쪽지’를 노 전 대통령에게 보고했고 노 전 대통령이 “(북한에) 물어까지 봤으니 기권으로 갑시다”라고 말한 것으로 돼 있다. 김 전 원장도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송 전 장관을 제외한 모든 사람이 기권 의견을 냈다”며 “북한이 이를 요청한 사실이 없다”고 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송 전 장관은 국민일보에 “기록을 바탕으로 썼고 책에 있는 내용 그대로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또 “과거를 보고 미래를 내다보자는 취지로 책을 썼는데 정쟁의 소재가 돼 안타깝다”고도 했다. 야권 일각에서 이번 회고록 출간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지지 행보로 해석하는 데 대해선 “반 총장의 싱크탱크 등은 존재 여부도 모른다”고 부인했다. 새누리당은 이번 논란을 ‘북한정권 결재 사건’이라고 규정짓고 대통령기록물 열람 요구 등 야권을 전방위적으로 압박하는 동시에 ‘허락 외교’라며 여론전도 펴고 있다.

정치권에선 4년 전 대선 판을 흔들었던 서해 NLL 대화록 파문을 떠올리는 이가 많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