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년간 숨 죽였던 추장의 부활… 토론토에 챔피언십시리즈 2연승

입력 2016-10-17 00:00
클리블랜드의 유격수 프란시스코 린도어(왼쪽)와 중견수 라자이 데이비스가 16일(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프로그레시브 필드에서 열린 토론토 블루제이스와의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 2차전에서 승리한 뒤 함께 뛰어오르며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클리블랜드는 남은 5경기에서 2승을 추가하면 월드시리즈에 진출한다. AP뉴시스



아무도 클리블랜드 인디언스가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에서 이렇게 잘 할 것이라고 예상 못했다. 만년 하위팀이었던 클리블랜드가 언더독의 반란을 꿈꾸고 있다.

클리블랜드는 16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프로그레시브 필드에서 열린 토론토 블루제이스와의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ALCS·7전4선승제) 2차전에서 2대 1로 승리하며 2연승을 달렸다. 이로써 클리블랜드는 리그 챔피언 등정의 9부 능선을 넘었다. 챔피언십시리즈가 7전4선승제로 바뀐 1985년 이후 2승을 먼저 챙긴 팀이 월드시리즈에 진출한 것은 27번 중 24회(88.9%)였다.

사실 클리블랜드는 포스트시즌에서 덜 주목받는 팀이었다. 수준급이었던 선발진이 하필 가을야구를 앞두고 무너졌기 때문이었다. 나란히 11승을 거둔 대니 살라자르와 카를로스 카라스코가 부상으로 이탈했다. 그나마 에이스 코리 글루버가 포스트시즌에 맞춰 복귀한 게 마지막 희망이었다.

슬픈 역사도 클리블랜드의 부진 전망을 뒷받침했다. 클리블랜드는 아메리칸리그에서 가장 오랫동안 월드시리즈 우승을 하지 못하고 있는 팀이다. 1948년 정상에 오른 이후 무려 68년 동안 월드시리즈 우승을 맛보지 못했다. 팬들은 이를 ‘와후 추장의 저주’라고 부르고 있다. 클리블랜드는 1951년 마스코트인 와후 추장을 더 친근한 캐릭터로 만들기 위해 익살스러운 표정과 함께 얼굴을 빨간색으로 바꿨다. 그런데 이후 계속 하위권을 전전하자 ‘팀의 부진이 와후 추장을 희화화했기 때문’이라는 소문이 나돌았다.

와후 추장의 저주는 염소의 저주(시카고 컵스), 밤비노의 저주(보스턴 레드삭스), 검은 양말의 저주(시카고 화이트삭스)와 함께 메이저리그 4대 저주로 불린다. 이들 중 아직도 깨지지 않고 있는 것이 와후 추장의 저주와 염소의 저주다. 하지만 이런 전망을 비웃듯 클리블랜드는 포스트시즌에서 선전하고 있다. 디비전시리즈에서 우승후보인 보스턴을 3연승으로 격파하고 9년 만에 챔피언십시리즈에 진출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약점으로 지목된 마운드가 안정되면서 클리블랜드는 만년 하위권에서 벗어나 와후 추장의 저주까지 깰 기세다. 특히 테리 프랑코나 감독의 용병술이 찬사를 받고 있다. 리그 최고의 셋업맨이자 마무리투수인 앤드류 밀러를 좀 더 앞당겨 등판시키는 게 큰 효과를 보고 있다. 밀러는 포스트시즌 2경기에 나와 10탈삼진 무실점의 완벽투를 선보였다.

또다른 저주의 당사자인 시카고 컵스도 LA 다저스와의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NLCS) 1차전에서 8대 4로 승리하며 월드시리즈 진출을 위한 힘찬 발걸음을 내딛었다. 컵스는 3-1로 앞서가던 컵스는 8회초 다저스의 아드리안 곤잘레스에게 적시타를 맞고 동점을 허용했다. 하지만 곧바로 8회말 대타 미겔 몬테로가 회심의 그랜드슬램을 작렬해 단숨에 승부를 갈랐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