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강남·허프 ‘찰떡호흡’ 빛났다

입력 2016-10-16 21:32
LG 트윈스 포수 유강남(오른쪽)이 1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3차전 넥센 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서 4회말 투런홈런을 때린 뒤 3루 베이스를 돌며 유지현 코치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뉴시스
3차전 최우수선수로 선정된 유강남이 시상 후 배터리를 이뤘던 투수 데이비드 허프로부터 물세례를 받는 모습. 뉴시스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16일 서울 잠실구장. LG 트윈스 ‘안방마님’ 유강남(24)의 방망이는 빠르면서도 간결하게 돌아갔다. 타구는 빗속을 뚫고 좌측담장 너머로 날아갔다. 포스트시즌 경기에서 쏘아올린 그의 생애 첫 홈런이었다. 유강남은 베이스를 돌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렇게 그는 가을야구에서 시작된 ‘패배 징크스’에서 탈출했다.

LG가 넥센 히어로즈와의 준플레이오프(5전3선승제) 3차전에서 4대 1로 승리했다. 시리즈 전적 2승 1패로 우위를 점한 LG는 플레이오프 진출까지 이제 단 1승만을 남겨뒀다. 반면 넥센은 정규리그 3위로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았으나 4경기 만에 벼랑끝 위기에 몰렸다.

LG의 3차전 승리를 이끈 주인공은 포수 마스크를 쓴 유강남이었다. 8번 타자로 선발 출장한 그는 4회말 2사 주자 2루 상황에서 넥센 선발 신재영의 초구 직구를 노려 비거리 110m짜리 2점 홈런으로 연결했다. 투런포로 LG의 선취점을 만들어낸 그는 경기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유강남은 지난 10일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과 14일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 선발로 나섰다. 그런데 그가 선발로 나설 때마다 LG는 졌다. 쓸쓸한 가을야구의 시작이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서는 8회말 승부처에서 주루사로 아쉬움을 남겼고,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는 7회말 무사 주자 만루 위기에서 베테랑 포수 정상호와 교체됐다. 경험이 부족했던 탓에 그의 포스트시즌은 더 고독했다.

LG 양상문 감독은 3차전에 앞서 “정규시즌 때 선발투수 데이비드 허프와 유강남의 호흡이 좋았다. 유강남이 선발 출전 경기에서 모두 진 징크스가 오늘 깨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유강남이 양 감독의 믿음에 보란 듯이 응답했다. LG의 올해 포스트시즌 첫 홈런은 물론이고 허프와 안정적인 배터리 호흡을 자랑하며 공수에서 승리의 일등공신 역할을 해냈다. 유강남의 능수능란한 리드 속에 허프는 안정적인 투구를 선보였다. 7이닝 5피안타 1볼넷 3탈삼진 1실점으로 제몫을 다한 뒤 마운드를 정찬헌에게 넘겼다.

유강남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부담이 크긴 컸다. 심적으로도 많이 힘들었다. 이런 마음이 포수로 다른 선수들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그간의 느꼈던 심경을 토로했다. 이어 “경기 전에 하늘을 보면서 지든 이기든 후회 없이 하자는 생각을 했다. 어차피 못 칠 거면 자신 있게 (방망이를) 돌리자고 생각했고, 눈에 보이는 공을 쳤다”고 소감을 전했다.

양 감독은 “오늘도 역시 선취점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유강남이 홈런을 치면서 허프가 호투를 이어갈 수 있는 여유를 만들었다”며 “두 선수가 서로 원하는 게 뭔지 잘 아는 것 같다”고 말했다. 패장 넥센 염경엽 감독은 “허프를 공략하지 못한게 패인이다. 작은 실수가 일어나면서 경기 흐름이 넘어갔다”며 “내일은 총력전을 해서 분위기 반전을 하겠다”고 설욕전을 예고했다. LG와 넥센은 4차전 선발로 각각 류제국과 스캇 맥그레거를 내세운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