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 회고록(사진) 파문을 부각하며 야권을 향한 파상공세에 나섰다. 노무현정부의 2007년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표결 기권 결정을 ‘대북 결재 요청 사건’으로 규정하고 진상규명을 위해 당력을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뜻밖의 안보 이슈’ 등장으로 미르·K스포츠재단,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의혹 등 악재를 털어내고 국면 전환에 나서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16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답이 정해진 내용을 갖고 북에 묻는다는 건 한마디로 내통·모의”라며 “참 나쁜 것”이라고 비난했다. 야권의 대북관을 겨냥해 당시 의사결정 전체를 문제 삼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는 오전 서울 목동운동장에서 열린 이북도민 체육대회에서도 “대통령, 비서실장, 국가정보원장, 관계 장관들이 북한인권결의안 찬반 여부를 북한 당국에 묻고 기권했다는 기가 막힌 소식을 접했다”며 “반드시 진상을 규명해 다시는 정부에서 일할 수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은 박맹우 전략기획부총장을 팀장으로 한 진상규명 태스크포스(TF)도 발족했다. 박 팀장은 “국가안보의 중요한 정책 결정을 적과 상의했다는 건 국기문란 사건”이라며 “정쟁을 떠나 철저한 사실관계를 따져야 한다는 게 당의 방침”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1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관련자들의 증언을 확보하고, 김만복 전 국정원장 등을 국회 정보위 국감 증인으로 채택하는 등의 대응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국회 차원의 특위 구성이나 대통령기록물 열람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박 팀장은 “송 전 장관을 접촉한 사람들이 ‘(회고록에) 보탤 말은 있어도 뺄 건 없다’는 말을 전했다”고 말했다.
대야 공세에는 여권 잠룡들도 합세했다. “인권에 대한 상식을 찾아볼 수가 없다”(유승민 의원), “종북이적행위를 한 반역자”(김문수 전 경기지사) 등 발언 수위도 세다. 대권 선두 그룹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대북관을 직접 공격해 보수층 결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당으로서도 국정감사 기간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 등에 대한 야권 공세에 끌려가면서 나타난 지지층 이반을 반전시킬 계기인 셈이다. 진실 공방이 벌어지더라도 안보 이슈가 부각돼 대선 정국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청와대는 관련 의혹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 표명이나 논평은 자제했다. 여야 간 첨예한 이슈로 떠오른 상황에서 청와대가 직접 개입할 경우 또 다른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다만 “관련 의혹이 사실이라면 중대하고 심각한 문제”라며 “새누리당에서 진상규명에 나선다고 하는데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글=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 사진=김지훈 기자
반전 카드 잡은 與, ‘대북 결재 요청사건’ 규정 총공세
입력 2016-10-17 00:00